[그린오션포럼]환경중소기업이 국가 경쟁력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수도 베이징. 뿌연 자금성을 뒤로 하고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TV 영상으로 보도됐다. 이날 베이징 환경감시센터는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스모그 기준치를 15배나 넘었다고 밝혔다.

[그린오션포럼]환경중소기업이 국가 경쟁력이다

연일 극심한 스모그가 덮친 중국의 풍경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호흡기와 심혈관계 응급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7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환경오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파급력은 경제와 사회, 그리고 생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환경이 곧 복지라는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중국이 환경오염 때문에 기적적인 경제성장세가 꺾일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환경오염에 따르는 손실도 막대한 규모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보고서는 오염으로 인한 질병 치료와 보건환경 개선에 드는 비용 증가, 노동력 상실에 따른 사회적 피해규모가 1100억 달러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환경 경쟁력이 곧 산업 경쟁력이다. 2011년 환경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환경산업체 수는 3만4000개로 지난 3년간 20% 늘었고 고용 인력도 20% 증가한 21만 명에 이른다. 환경산업 수출규모도 3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93% 성장해 국가경제에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환경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경제 성장 동력의 핵심인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환경산업체는 85%가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창업과 고용을 늘리는 일자리 친화형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환경산업은 중소기업의 수출비중 33%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효자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기에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겪었다. 하지만 스스로 환경기술을 개발하고 환경산업을 육성해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의 환경선진국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2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환경기술 개발에 투자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 환경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6만4000여 연구자들의 의지와 노력에 힘입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수한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 예를 들어 정수·하수처리·폐기물 재활용 등 9개의 핵심 환경기술은 세계 5위권에 진입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에코디자인 요구도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반해 아시아와 중남미 등의 신흥 개발도상국은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에 노출되어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우리 환경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대량 공급 위주의 지원으로는 환경산업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환경중소기업들이 환경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가 돼야 한다. 환경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해야 그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당당히 제 역할을 해낼 것이다.

환경시설공사의 70%를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환경전문 공사의 분리발주, 소규모 공사에 대기업의 참여 제한 등 환경중소기업의 활동 영역을 보장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환경산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환경중소기업이 주역이다. 그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또한 우리의 땅과 공기, 그리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첩경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윤승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