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을 하기 위해 회의 전에 우연히 신문을 봤다. 오늘의 사색,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실천적 지혜의 핵심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짧은 글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예전에 책을 읽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역시 문제나 위기의식을 갖고 책을 봐야 내 것으로 빨려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문제의식이나 위기의식이 있는 사람이 책을 읽으면 스펀지처럼 빨려든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책을 읽으면 듬성듬성 건성으로 읽는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누군가에는 한 줄기 빛을 주는 문제해결의 단서를 발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단편적인 데이터나 의미 없는 정보로 전락해버린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과정,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민하는 화두의 단서를 잡으려는 집요한 노력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이고 익혀야 될 앎이지 않을까. 거룩한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사람, 평온한 삶 속에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떠나는 사람, 위기의식을 갖고 해결 대안을 찾아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어둔 밤길을 밝히는 빛줄기를 만나듯 언젠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다 집필하고 뭔가 아쉬움 남아 있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들뢰즈의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메시지가 지금 내가 고심하고 있는 전문성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 핵심을 담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생각지도 못한 통찰력은 생각지도 못하는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다. 한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한순간에 찾아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해결하려는 문제와 오랫동안 씨름 끝에 불현 듯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끌어안고 온몸으로 고심하는 사람에게만 기회의 문이 어느 날 갑자기 열리는 것이다.
그 기회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던 사람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빛나는 서광(瑞光)이나 마찬가지다. 짤막한 신문 기사에서 발견한 들뢰즈의 단상이 들뢰즈의 원전, `차이와 반복`을 다시 들춰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동일한 텍스트라고 할지라도 언제 누가 어떤 문제의식으로 읽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의 손을 떠난 텍스트는 독자의 무한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되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