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해커들이 파밍(pharming) 수법으로 은행 고객 컴퓨터에 담긴 공인인증서 등 개인 보안정보를 460여개나 빼내간 사실이 밝혀졌다.
금융결제원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서 유출된 공인인증서를 일괄 폐기했다. 금융결제원이 직접 나서서 공인인증서 수백 개를 없앤 것은 처음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최근 파밍 사이트를 감시하다가 동일한 악성코드로 수집된 공인인증서 목록 뭉치를 발견했다. 금융결제원은 금융기관의 전산망을 연결하여 각종 결제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파밍이란 가짜 사이트를 미리 개설하고 피해자 컴퓨터를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진짜 사이트 주소를 넣어도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한층 진화된 피싱 수법이다.
신한·국민·우리·하나·씨티·농협·스탠다드차타드(SC)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발급한 공인인증서가 많이 유출됐다. 외환은행 등에서도 10여개가 빠져나갔다.
금융결제원은 유출된 공인인증서 461개를 일괄 폐기하고서 지난 4일 이 사실을 해당 은행 정보기술(IT) 관련 부서에 통보했다.
인터넷뱅킹 악성코드를 활용한 공인인증서 유출 사례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IT 보안업계는 피싱으로 유출된 공인인증서가 수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공인인증서가 빠져나가면 인터넷 뱅킹으로 예금을 찾아가는 범행에 속수무책이다.
은행들은 해당 고객에게 전화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긴급 공지하고 재발급이 제한됐으니 가까운 인증서 발급 기관의 영업점을 방문해 발급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청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