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민주당의 공약 번복?

어찌된 일일까. 민주당이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꿨다.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설립을 약속했다. MB정부가 정통부를 해체해 4개 부처로 분산시키는 바람에 ICT 경쟁력이 하락했으므로 이를 하나로 묶자고 했던 민주당이었다.

[박승정의 어울통신]민주당의 공약 번복?

문재인 대선 후보도 ICT 전담부처 설립 공약을 내걸었다. ICT 전담부처를 반드시 설립,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경기 활성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방송 규제는 합의제 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파했다. 공당인 민주당의 약속이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변재일 의원은 특히 국회ICT전문가포럼을 주도하면서 ICT 독임부처의 필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대선 직전까지 그는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인 진영 의원과 함께 ICT 전담부처 설립 논의를 주도했다. 그의 주장은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를 아우르는 전담부처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쟁적이었다. 민주당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역시 전담부처 설립을 약속했다. ICT대연합 주도의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때 전담조직 설립 적극 검토에 대한 명확한 워딩을 요구하자 “그게 바로 전담부처를 설립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그였다.

기조는 비슷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전담부처 신설 공약은 더 앞서나갔다. 과기부와 정보통신미디어부를 앞세워 새 성장동력 발굴과 경기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선 실패 이후 전담부처 신설 약속을 뒤집었다. 문제가 많다고 비판한 현 방통위 존치로 돌아선 것이다.

미래부가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ICT 전담차관제라는 행정학에도 없는 용어를 갖다 붙였지만 장관의 보좌역에 불과한 차관의 실행력에 의문부호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타 부처와 공조도 쉽지 않다. 미래부가 힘을 받지 못하면 박근혜표 창조경제도 도로(徒勞)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산된 ICT 정책을 모으지도 못하는 상황 또한 염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CPND에서 제일 중요한 소프트웨어·콘텐츠도 제대로 묶지 못했다. 부처 간 이해관계 탓이다. 민주당이 방송 규제와 산업진흥, 방송통신융합 영역을 모두 방통위에 존치시키겠다고 하는 바람에 통신과 방송의 융합 기조마저 수용하지 못할 판이다. 이러다간 기존 정통부와 과기부의 기능도 오롯이 가져오지 못하는 무늬만 `미래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략적 선택의 결과다. 민주당의 방통위 존치 주장 얘기다. 국가 이익이나 미래가 아닌 정파적 이해를 우선한 탓이다. 총선 때도 그랬고, 대선 때도 그랬다. 이념적 스펙트럼과 친노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에 등을 돌린 민심조차 거부했던 그들이다. 이번에는 방송과 후보단일화 타령이다.

방송 규제와 진흥정책을 방통위에 남긴다 해도 민주당의 판단처럼 공정방송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또다시 정략적 싸움에 산업정책만 볼모가 될 뿐이다. 현 방통위 합의제 체제에서 경험한 그대로다. 정치논리 싸움에 산업정책은 하세월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면 차라리 내용규제를 강화하고 공영방송임원 선임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방안 마련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약을 뒤집기는 쉽다. 하지만 그 폐해는 오래간다. 세종시 이전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 논란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론 분열과 막대한 시간적, 재정적 손실만 남기고 원점으로 회귀했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은 결과다. 민주당의 ICT 전담부처 약속 뒤집기도 마찬가지다. 정략만 있고 정치는 없다. 방통위 존치를 주장하는 지금의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