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소기업 A사는 경기 안산에 있다. 주거래 은행인 B은행에서 2011년 기업운전자금으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금리는 6.95%. 기한 연장을 신청하면서 예금 400만원을 담보 제공했다. 하지만 B은행은 이를 알면서도 대출 금리에 반영하지 않아 0.1%포인트 높게 금리를 적용했다.
#2 전남 목포 선박 건조 외주업체인 C사는 수출 보증 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신청했다. 보증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도 거절했다. C사는 선박업이 경기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자 업종을 변경, 요트 제조에 뛰어들었다. 고생 끝에 미국 모 기업과 계약까지 체결했다. 운반 비용과 보증이 필요했다. 수출 계약서까지 은행에 제출했다. 하지만 선박업으로 분류돼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보증과 대출 지원이 모두 끊겼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의 불합리한 중소기업 대출 관행을 전 방위로 점검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행위를 막겠다는 의지다. 고용 창출력이 뛰어난 중소기업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보고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법인 비중을 높이도록 시중은행을 집중 지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중소기업청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200여 가지 건의사항 가운데 금융 관련 21건을 추려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정하고 전 부서에서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불합리한 중소기업 대출 관행 등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우선 은행이 우량 중소기업이나 고소득 자영업자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꼼수`를 엄격히 규제한다.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척하며 뒤로는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우량 대출만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의원이나 법률사무소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빌려준 대출을 중소기업 대출의 하나인 개인사업자 대출로 바꿔주는 편법을 썼다. 이에 금감원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명확히 구분해 대출하도록 각 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우량 중소기업이나 고소득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 목표액을 채우는 것은 중소기업 자금 애로를 풀어준다는 새 정부 취지에 어긋난다”며 “조만간 현장에서 어떻게 대출이 이뤄지는지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 수석부행장들을 소집, 은행별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중소법인대출 목표액을 별도로 설정하고 이를 경영성과지표(KPI)에 반영하라고 하달했다.
일선 은행의 반발도 만만찮다. 금융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전형적인 `관치 금융`이라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목표 할당 식 대출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할 부실 중소기업까지 보호하는 꼴”이라며 “정작 급전이 필요한 영세 중기·벤처는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류경동·길재식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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