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인터넷 TV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애플·구글·아마존과 조우했다. PC 시장 침체에 대응해 인터넷-디바이스(TV·모바일)-통신이 결합하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C넷·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에릭 휴거스 인텔 미디어 그룹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선택하고 제어하고 편하길 원한다”며 “적절한 TV 모델을 구상하기 위해 전 산업군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인터넷 TV 사업에 대한 각오를 밝힌 셈이다.
인텔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인터페이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안면인식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활용해 영상·음성이 인터넷과 결합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메라가 시청자를 인식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준다. 실시간 시청 반응까지 살펴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연계한다.
인텔은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디바이스 제어 및 인터페이스 기술을 결합해 N스크린 시대 양방항 인터넷 TV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터넷 TV 시장은 말그대로 춘추전국시대다. 기존 TV제조사뿐 아니라 인터넷업체도 너도나도 뛰어들었고 이젠 인텔까지 가세했다. 구글은 이미 구글 TV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은 2010년 TV용 셋톱박스를 공개한 이후 출시 시점을 타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인터넷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어 넷플릭스 등과 겨루고 있다. 삼성전자 등 TV 제조업체는 유사한 기능의 스마트TV로 바람몰이에 나섰다. 당초 구글 TV에 핵심 칩을 공급하려던 인텔이 독자 진출로 선회한 것도 성장 가능성과 시장 구도 변화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TV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B2B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유통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휴거스 부사장은 “인텔은 소비자들과 직접적 대면에 관심이 높다”며 B2C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장애물도 적지 않다. 증권가는 인텔이 기존 PC 시장의 침체로 인한 돌파구로 삼은 인터넷 TV 사업이 경쟁자들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봤다. 기존 인터넷 TV 서비스에 가입해 있던 소비자들도 끌어와야 한다. C넷은 “인텔이 제공할 인터넷 서비스가 저가가 아닐 경우 기존 케이블 서비스를 이용하던 가입자들을 불러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B2C 시장에서 입지가 없는 것도 위협 요인으로 지적됐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