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이라 하지 맙시다! 으라차차 영차 아자아자 힘내!”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의 카카오톡 알림말이다. 고 변리사의 사무실은 책상과 책장, 바닥에도 책이 쌓여 있다. 손님을 맞는 탁자 말고는 빈 공간을 찾기 어렵다.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려 참고하는 기술서적이 아니다. 대부분 `우리글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CEO와 책]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https://img.etnews.com/photonews/1302/391371_20130214153119_165_0001.jpg)
“변리사가 글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글을 바로 쓴다는 것은 공학자나 기술자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식재산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언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훌륭한 수단이죠.”
고 변리사가 1998년부터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책이 있다. 바로 이오덕 작가가 쓴 `우리글 바로쓰기`다. 처음 이 책을 읽는 순간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식재산은 언어로 쌓는 자산인데 과연 우리는 우리말을 제대로 아는가. 이 질문에 그는 “가르쳐주는 사람도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답한다. 틈틈이 우리글과 말을 바로쓰기 위한 인문서를 사전처럼 뒤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한글이 한몫했죠. 압축 성장은 정보의 압축 성장을 의미합니다. 다른 나라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모방을 넘어 창조까지 이르는 것이죠. 다른 나라가 수백년 동안 이룬 성과를 우리는 수십년 만에 따라갔죠. 한글이 가진 효율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새로운 지식은 들어오는 경로가 짧고 빨라야 한다. 명세서도, 판결문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 고 변리사의 생각이다. 우리 글자로 기술을 권리로 만드는 과정이 명쾌하지 않으면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명쾌한 진리를 담지 못하는 빈자리는 불확실성이 채운다.
“불확실한 요소가 얼마나 있는지는 비용과 직접 연결됩니다. 불확실한 것이 있으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불확실성을 줄이는 언어로 한글만 한 것이 없습니다. 직설적이기 때문입니다. 명쾌함이 부담되는 사람은 한글을 잘 쓰지 않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상한 언어로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이 사회 비용입니다.”
고 변리사는 명확과 효율을 실현시키는 언어로 한글만 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아니다. 줏대 문제다.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건 영어공부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선진 대한민국을 가장 빨리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글”이라고 말한다. 우리식으로 지식재산 판을 만드는 것이 지식재산강국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우리글 바로쓰기`를 위해 고 변리사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하지 말고 `생각의 틀을 바꾸라`고 주문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