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민주당(통합민주당)은 당시 여당 한나라당과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방안에 합의하고 일부 시민단체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야당 몫 차관급 상임위원 2석을 확보하는 대신 방송의 공공성을 대통령 직속기관에 넘겨줬다는 비판이었다.
민주당이 최근 대선 공약이었던 ICT 전담부처 조직 신설을 번복해가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업무를 현행대로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역시 공공성이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해 굵직한 방송정책이 사실상 다수인 여당의 뜻대로 이뤄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현행 방통위 존치론은 아이러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종편이나 지상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송 분야를 확실히 분리해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민주당의 방통위 존치 주장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한다. 공공성을 명분으로 민주당의 방송 산업 개입 여지를 최대한 남겨두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민주당으로선 독임부처보다 야당 교섭단체 몫 차관 자리가 있는 방통위에 힘이 실리는 것이 유리하다”며 “또 야당 입장에선 진흥보다 규제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또 “박근혜 당선인의 전체적인 조직개편안을 봤을 때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분야가 사실상 방송밖에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범야권 지지층 중 방송 관련 일부 시민단체 등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방송 공공성 침해` 쟁점을 드라이브 하는 것도 정치적 공격과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유료방송이 단순 방송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시점에서 ICT전담부처가 진흥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 조직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ICT 전담조직의 생태계 진흥마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 중에는 민주당의 ICT 진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믿는 이들이 많다”며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정부 조직에 야당 힘을 싣고 야당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ICT를 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를 중심으로 `새 정부 뒷다리 잡는 주장`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선 공약으로 방송과 통신을 총괄하는 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을 내세운 마당에 이를 뒤집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견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