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칭찬점수 많이 모으니…이럴수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김영훈 씨(23세)는 요새 게임할 맛이 난다. `매너 플레이어 공식 인증 아이템`인 금색 휘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너가 좋은 이용자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 금색 휘장이다. 휘장 덕분인지 게임에 접속하면 함께 팀을 짜자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

LOL, 칭찬점수 많이 모으니…이럴수가

자율의 힘이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어간다. 욕설이나 비방처럼 온라인 게임에 넘쳐나는 비매너 행위가 줄어든다. 서로를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게임을 즐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매너 플레이 시스템` 얘기다.

라이엇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현재 국내 최고 인기게임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즐기다보니 매너가 나쁜 사람도 자주 눈에 띈다. 비매너 이용자는 게임 고객을 떠나게 만드는 장본인이기도 해 업체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비매너 이용자 문제를 제재나 차단보다 자율의 힘을 빌어 해결했다. 매너 있는 사용자를 서로 칭찬함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 사례가 `명예로운 소환사` 제도다. 이용자는 게임을 마치면 함께 즐긴 사람을 평가한다. `도와줌` `팀워크` `친절함` `명예로운 적` 등 다양한 칭찬이다. 칭찬을 받은 이용자는 아이디 옆에 초록색 리본이 달린다. 칭찬이 쌓이면 빨강색에서 푸른색, 금색 순으로 바뀐다.

자신의 평판이 한 눈에 나타나는 셈이다. 익명성을 악용해 비매너 행위를 하던 이용자도 자신의 평판이 신경 쓰이면서 자연스럽게 건전 게임 문화 조성의 일원이 된다. 한국 사용자 중 88%가 이 시스템을 경험했고 대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예의에 어긋난 사용자를 다른 사용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게임 배심원단` 시스템도 효과 만점이다. 누구나 접속해 신고 받은 게이머의 게임 내용을 열람하고 배심원으로서 태도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투표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 데이터를 취합해 비매너 사용자에 대한 최종 제재 조치를 결정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배심원단에 회부돼 경고를 받은 사용자 중 절반이 다시 회부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라이엇게임즈 본사는 사용자들의 심리, 행동양식 등을 연구하는 약 30여명의 `플레이어 비헤이비어(Player Behavior)팀`을 운영한다. 사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며 긍정적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

제프리 린 라이엇게임즈 소셜시스템부 총괄 디자이너는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게이머를 제거·차단하는 것은 비매너 플레이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게임 내에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용자간 건전하고 즐거운 게임 문화를 서로 장려하고 칭찬함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키는 것이 강점”이라며 “올해 얼마나 많은 한국 사용자들이 `명예로운 소환사` 휘장을 획득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