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재송신 분쟁에서 지상파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은 무단으로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면 하루 3000만원의 높은 이행 강제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8일 KBS·MBC·SBS 지상파방송 3사가 티브로드와 현대HCN을 상대로 제기한 `지상파 재송신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티브로드와 현대HCN은 법원 결정문을 송달 받은 날부터 50일이 지난 뒤 지상파를 재송신하면 하루에 이행 강제금 3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정한 이행 강제금은 연으로 환산하면 110억원에 달하는 큰 금액으로,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 재송신을 위해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50일의 기간과 공탁금이다. 재작년 지상파와 CJ헬로비전의 가처분 소송 결과와 다소 달라진 부분이다.
결정문에 따르면 티브로드, 현대HCN은 가처분 결정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50일 뒤 디지털 상품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동시 재송신하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양사는 지상파 3사에 1일당 30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단 지상파 3사도 티브로드와 현대HCN을 위해 담보로 각각 3억원(합계 6억원)씩을 공탁하는 조건이 부과됐다.
법원이 50일 간의 기간을 명시한 것은 당사자 간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상파3사가 재작년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30일의 기간을 판결한 것에 비해 20일이 더 늘었다.
공탁금도 CJ헬로비전과 지상파 판결에는 없던 요소다.
법조계 관계자는 “6억원의 공탁금은 이 판결로 케이블 사업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케이블 사업자가 손해를 보면 보상해주기 위한 안전도구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티브로드와 현대HCN은 50일 동안 지상파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상파 3사도 언제든 협상에 임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티브로드와 현대HCN은 지상파와 먼저 계약한 씨앤앰이나 씨앰비보다 계약 조건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상파 관계자도 “협상을 안 할 이유가 없지만 우리와 먼저 계약을 맺은 회사와 버틴 회사가 같은 조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원이 사실상 지상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재송신 계약이 남아있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협상 폭도 줄어들 전망이다.
계약이 남은 한 유료방송 사업자는 “판결문을 좀 더 자세히 봐야겠지만 대책을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유료방송 고위임원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판결이 불리하게 난만큼 지상파와의 재송신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