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핵심 기반을 중심으로 연관 산업과의 창조적 융합을 추구하는 `창조경제`에서는 국가 경제 전체의 신경에 해당되는 ICT 인프라 고도화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따라서 `국가 신경망` 고도화와 그 시공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공사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 정보통신공사업은 과거와 달리 상생 기반의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공사비의 꾸준한 하락, 불공정 경쟁 구도, 시장 침체 등은 중소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져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구조에서는 국가 신경망 구축이라는 창조경제의 필요조건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공정경쟁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산업구조에서는 정보통신공사의 품질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가 신경망 구축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공사업의 산업 생태계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제도적, 정책적 및 법률적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분리발주 제도 존치` `실적공사비 적산제도 폐지`가 필요하다. 먼저 미국·영국·독일 및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분리발주 제도가 존치돼야만 발주자 중심의 건설공사가 시행될 것이다. 만약 분리발주 제도를 폐지한다면 일부 종합건설업자(대기업)를 중심으로 모든 건설공사가 이루어지고, 정보통신공사는 모두 하도급 공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는 정보통신공사업 전체가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로 재편됨을 의미하고, 저가하도급 공사가 만연해 시공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다. 또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로 예정가격을 산정함에 따라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구조적 결함이 발생함으로써 시공품질 저하 및 중소 공사업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예정가격 결정을 실적공사비로 산정하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중소공사업체 지원` `대기업 우월적 지위남용 방지` 등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중소공사 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건설 업체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등과 같은 진흥정책이 요구되고, 대기업의 장기 어음결제, 부당 감액 등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경쟁정책도 필요하다. 특히, 공중선 정비 및 지중화 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중소 공사업체의 수급물량을 지원해야 한다.
법률적 측면에서는 `예가산정 시 표준품셈 적용` `소규모 공사 대기업 입찰제한` 등의 공정경쟁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첫째, 예가산정에 있어 표준품셈을 적용하지 않거나 특정 노무량 및 자재량을 적게 산정해 공사금액을 감액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공사 시공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로 소규모 공사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 도급 하한금액을 법률로 제정, 소규모 업체들의 입찰참여를 보호해야 한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발주청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고자 할 때 중소기업에만 입찰자격을 부여하거나, 연방정부 발주공사에서 중소기업에 입찰 가격의 10%까지 우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참조할 만하다.
정보통신공사업은 2012년도 기준으로 방송산업(11조 8천억원)과 유사한 11조5000억원의 시장규모를 나타내고 있는 산업으로서 정보통신공사업의 산업 생태계 건전성을 확보해야만 미래 창조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ICT 인프라 확충을 성공적으로 도모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gessler@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