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하란 겁니까 말란 겁니까?"

주민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온라인 게임사들이 셧다운제 운영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휴대폰이 부모 명의로 된 경우가 많아 휴대폰 번호 인증 때문에 청소년 이용 불가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2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주민번호 수집 전면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실질적인 본인 인증 수단이 휴대폰 번호 인증으로 쏠리면서 셧다운제를 피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휴대폰 중 상당수는 부모 명의로 개통한 것이다. 부모 혹은 법정 대리인이 개통한 휴대폰을 자녀인 청소년이 사용하면 청소년 이용불가인 성인 콘텐츠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과거 부모의 주민번호를 청소년이 사용해 셧다운제를 피했다면 이제는 본인이 가진 휴대폰 하나로 셧다운제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부모 명의로 개통한 것인지 청소년 본인 소유인지 직접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이핀으로 회원 가입을 한 사례가 극히 드문 것을 감안하면 휴대폰 번호 인증이 셧다운제를 무력화하는 길을 더 넓혀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 한 쪽에서는 셧다운제를 지키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니 혼란스럽다”며 “당장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니 이대로 운영하는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정부가 청소년 보호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기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을까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