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통사, 10만원대 셋톱박스로 `스마트TV` 승부수…방송사들과 전면전 예고

일본 이동통신업체 3사가 이달부터 1만엔(약 11만5000원) 남짓한 스마트TV 셋톱박스를 일제히 내놓는다. 콘텐츠는 스마트폰과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입 요금제에 따라 무료거나 500엔(약 6000원)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업계는 이 서비스가 이통사의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지상파 방송, 케이블TV 업체들과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물론이고 기존 TV 제조사와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는 KDDI,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등 이통 3사가 이번 주부터 스마트TV를 시청할 수 있는 셋톱박스와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KDDI는 23일부터 안드로이드 4.0 운용체계(OS) 기반인 스마트TV 전용 셋톱박스인 `스마트TV 박스`를 9800엔에 판매한다. 콘텐츠 이용료는 무료다. KDDI가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이 셋톱박스는 구글의 콘텐츠 마켓인 `구글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나 니코니코동화와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있다. KDDI는 음원을 비롯해 비디오 콘텐츠 등을 유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역시 이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아이폰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애플과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 아직 셋톱박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KDDI와 마찬가지로 HDMI 단자에 꽂아 이용하면 된다. 월 이용료는 490엔 수준이다.

NTT도코모는 내달 시판할 예정이다. 셋톱박스 가격은 8900엔으로 스마트폰과 연계해놓으면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이통사들이 적극적으로 스마트TV 서비스에 나서면서 기존 인터넷 동영상 업계는 물론이고 파나소닉, 삼성전자 등 TV 제조사들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TV는 단품으로 구매할 경우 20만엔 전후로 고가기 때문에 통신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격면에서 매력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들 서비스가 월 980엔에 제공되는 미국 콘텐츠 서비스 `훌루(hulu)`보다 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노무라 종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기준 케이블TV를 포함해 다채널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 수는 1247만 세대로, 이 중 스마트TV 등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가입자는 101만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TV 가입 가구 수는 2016년까지 770만 세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환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TV 수요가 통신사 스마트TV 사업 시작으로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표] 일본 이통 3사 스마트TV 서비스 개요

일본 이통사, 10만원대 셋톱박스로 `스마트TV` 승부수…방송사들과 전면전 예고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