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인텔 울트라북에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공급한다. 인텔은 그동안 빠른 입출력 속도와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노트북 플랫폼인 울트라북에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만 썼다. 인텔이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채택하면서 테라비트(TB)급 저장장치를 장착한 울트라북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게이트와 삼성전자가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개발에 힘을 합치면서 SSD로 급격히 쏠리는 저장장치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스티브 루조 시게이트 회장은 광교 코리아센터 개관식 행사에서 “올가을 인텔 울트라북용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출시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는 낸드플래시를 캐시 메모리로 장착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다. 자주 쓰는 명령과 프로그램을 낸드플래시에 저장하고, 동영상과 같이 용량이 크지만 자주 쓰지 않는 콘텐츠를 HDD에 저장하는 원리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울트라북 시장만은 넘지 못했다. 부피가 커 얇은 울트라북에 적용하기 어렵고, SSD보다 속도도 느린 탓이다.
최근 시게이트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했다. 우선 독자 알고리즘을 개발해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읽기·쓰기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사용자 형태를 관찰해 빈번한 명령을 빨리 가동하는 원리다. 삼성전자가 제공한 낸드플래시 시스템 기술도 큰 도움이 됐다. 낸드플래시는 컨트롤러 및 시스템 설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스티브 루조 회장은 지난 19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부터 만났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속도는 혁신이며, 혁신은 경쟁력`이라고 조언했다”며 “SW와 시스템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시게이트는 최근 광교 뉴타운에 1423억원을 투자해 코리아디자인 센터를 만들었다. 총면적 2만6000㎡의 7층 건물에 361명의 연구원 및 지원인력이 근무한다. 3분의 2가 삼성전자 출신이다. 시게이트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2.5인치 모바일 컴퓨터용 저장장치를 주로 개발한다. 시게이트는 향후 삼성전자와 협력 수준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HDD사업부를 양도하면서 시게이트 지분 9.6%를 확보했다. 시게이트의 2대 주주다. 이날 개관식에 정세웅 삼성전자 부사장과 조남성 부사장이 참석했다. 정 부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업을 성공시킨 주역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