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는 중국…점점 발 빼는 일본 기업들

일본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탈(脫) 중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과 외교적인 분쟁이 고조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분산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21일 니혼게이자이는 올 들어 가전과 의류기업 등이 중국 생산 비율을 절반 이상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된 원인은 임금 상승으로 제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일반 종사자의 월 기본급은 지난해 10월 기준 328달러로 4년 평균 40% 상승했다. 필리핀(253달러), 베트남(145달러), 미얀마(53달러) 등과 차이가 크다.

후나 전기는 지난 2011년 90%였던 중국 생산 비율을 올해 50%로 낮춘다.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DVD와 블루레이디스크 녹화재생기, 프린터 등 중저가 기종을 중심으로 필리핀 리마 공장으로 이전키로 했다. 현지 약 12만㎡ 부지에 새 공장도 세운다. 총 투자 금액은 30억~40억엔이다. 태국 TV라인도 내년 여름 증설하기로 했다.

그간 후나전기는 광동성에 2개의 위탁 공장과 1개의 자사 공장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자사 공장에서 반일 시위에 편승한 임금 인상 요구 등 정치·외교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중국 비중을 50% 이하로 억제하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일본 최대 소매업체인 이토-요-카도는 자체 제작(PB) 의류 생산 비율을 지난 2011년 80%였던 것을 올해 30%로 끌어내린다. 대신 미얀마 생산 비중을 현재 15%에서 연말까지 20%로 올린다. 인도네시아는 3%에서 10%로 늘린다. 신사복 체인기업인 야오야마상사, AOKI 등도 엔화 약세 기조 속에서 중국보다 저렴한 아시아 국가로 생산 이관을 추진 중이다.

일본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2011년 중국 현지 법인 매출 중 내수 비중은 23조2000억엔(약 266조원), 수출은 11조5000억엔(약 127조원)이었다. 2007년에 비해 내수는 27% 증가했고 수출은 22%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이 내수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의 공장`으로써 입지는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