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무대에 선 가수 싸이의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됐다.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 싸이를 평가하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싸이의 힘은 결국 `퍼포먼스`라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ET단상]표준화가 일류 공연을 만든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2/25/395803_20130225150859_938_0001.jpg)
싸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K-팝이 세계로 뻗어가는 원동력 중 하나는 가수들의 퍼포먼스다. 자로 잰 듯 빈틈없는 안무, 이른바 `칼군무`는 언제 봐도 놀랍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팝 인기가 음원에 머물지 않고 공연으로 이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덕분에 K-팝 콘서트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콘서트를 비롯한 공연 문화 분야는 어느덧 단순 예술 영역을 넘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산업이 됐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최근 3년간 연 30%씩 성장, 3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오페라의 유령` `캐츠` 등 해외 유명 공연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명성황후`를 위시한 국내 작품도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공연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이 예술 영역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상품으로 발전한 사례다.
상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기 위해 품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표준화다. 공연예술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성 다음으로 표준화가 필요하다.
작게는 공연자가 일정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부터 크게는 다른 시간·장소에서 상연되는 공연이 같은 품질을 확보하는 데 표준화는 필수다.
공연은 예술과 창조성, 기술표준은 객관성에 각각 주안점을 둔다. 얼핏 공연과 표준이 상반되는 개념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은 무대장치, 조명, 음향, 특수효과 등 기술적인 하드웨어와 공연 홍보, 마케팅, 티켓 판매, 관객 관리, 공연 진행 등 인적 소프트웨어가 연출가와 연기자의 예술행위를 뒷받침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부분이 표준화를 필요로 한다.
공연은 연기자, 스태프, 시설관리자, 관객 등이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시설을 같이 이용하는 특수성을 가졌다. 공연 안전 확보와 공연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표준화를 통한 공연시스템 체계화가 요구된다.
공연 문화 선진국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공연시설 기술표준 개발과 보급이 활발하다. 유럽은 2005년부터 각 국이 참여하는 유럽표준화기구(CEN) 차원의 표준화 워크숍을 조직했다. 미국은 ESTA(Entertainment Services and Technology Association)가 무대장치, 조명 등에 관한 미국 표준(ANSI)을 개발, 보급중이다.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이 세계로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것은 이러한 표준화 작업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연 제작과 운영에 관한 표준 정립은 공연 문화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세계 각지의 다른 환경에서도 일정 수준의 공연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술표준원 등을 중심으로 공연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공연시설 용어나 안전 등에 관한 국가표준이 시설 안전점검, 유지관리 등에 활용된다. 향후에는 공연시설 성능과 공연 서비스에 대한 국가표준을 제정하고, 국제표준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연예술은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K-팝 콘서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공연예술의 시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공연 문화 콘텐츠를 산업화할 표준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 문화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표준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공연 문화 산업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국가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공연 문화 표준을 기반으로 우리나라가 문화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서광현 기술표준원장 khseo@ka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