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해저를 탐사하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수중 로봇, 수술할 때 수술 부위를 봉합할 수 있는 의료용 접착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와 안영주 박사과정 연구팀은 빈 호박 모양의 인공결합쌍화합물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의 강한 결합력을 이용, 새로운 접착물질인 초분자 벨크로(Velcro, 속칭 찍찍이)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안게반테 케미` 3월호 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접착제들은 생체에 유해한 물질이 대부분이다. 물속에서는 접착력이 저하되거나 없어지는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체 속이나 해양 등 대부분이 물로 이뤄진 환경에서도 우수한 접착 성능을 보일 수 있는 접착제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홍합 등을 이용한 연구가 이뤄져 왔지만 이런 연구결과들은 접착이 반복될수록 약해지거나 외부의 자극을 통해 접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없었다.
김 교수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의 화학적 결합력을 벨크로에 응용했다.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은 자연계에서 가장 강한 결합쌍으로 알려진 아비딘-바이오틴의 결합력과 동등한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물속에서 쿠커비투릴로 이루어진 표면과 페로센으로 이루어진 표면을 손으로 누르면 벨크로처럼 붙는다. 이때 페로센이 갈고리와 같은 역할을, 쿠커비투릴이 걸림고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갈고리에 걸리는 벨크로와는 달리 소수성 상호작용과 이온-쌍극자 간의 결합력 등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벨크로는 물속에서 약 2㎏, 공기 중에서는 4㎏까지 견딜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벨크로 대비 14배나 센 셈이다.
또, 이 초분자 벨크로는 실제 벨크로처럼 반복 접착할 수 있다. 전기적 산화에 따라 페로센과 쿠커비투릴과의 결합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한 스위치를 만들어 벨크로를 자유자재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수술용 봉합제(의료용 접착제)는 물론이고 수중용 밴드나 치과치료, 선박 수리, 수중로봇 등 의료부터 첨단 IT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