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8>패션과 특허

국제 패션쇼에서는 한해 패션을 선도하는 새로운 의상이 발표된다. 이곳에서도 상표는 다르지만 디자인이 유사한 이른바 `짝퉁` 패션이 곧 나온다. 유명한 패션디자이너가 밤새워 창의력을 발휘해 만든 패션은 무형 재산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융·복합 추세에 따라 지식재산도 융·복합되고 있는데, 과연 어떤 융·복합 제품이 지식재산으로 보호될 수 있을까.

[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8>패션과 특허

패션의 미적인 요소 이외에 특별한 기능이 있으면 일반 특허로 보호될 수 있다. 예컨대 의복에 태양전지가 장착된다면 새로운 조합의 특허가 가능하다. 의복의 기술적 구조에 관해 특허가 가능하다. 어떤 발명가는 100가지 형태로 변형시켜 입을 수 있는 브래지어를 특허 등록했는데, 빅토리아시크릿 회사가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자 특허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패션을 제품 디자인으로 보면 디자인 특허로 보호될 수 있다. 실제로 신발 디자인 특허가 많다. 디자인 특허는 선행 디자인과 대비해 새로운 디자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의복이란 과거 의상들의 조합이고 돌고 돌기 마련이므로 새로운 의복 디자인을 등록하기란 쉽지 않다. 디자인 특허는 장식적인 면을 보호하지 기능적인 요소는 보호하지 않는다. 새로운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결국 입기 위한 기능에 필수적인 것이라면 디자인 특허로 보호되기 어렵다.

패션을 예술의 일종으로 보면 저작권이 떠오른다. 저작권은 문화 예술 작품의 독창적인 표현을 보호한다. 저작권은 회화와 같이 표현 매체는 보호하지만 의자와 같은 실용 물품은 보호하지 않는다. 만일 미적인 부분과 실용적인 부분이 분리될 수 있다면 미적인 부분은 별도로 저작권 보호가 될 수 있다. 가령 셔츠의 표면에 인쇄된 그림은 셔츠와 그림이 서로 독립적이므로 셔츠 그림만 별도의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

그러나 독창적인 이음새와 파임으로 재단된 새로운 패션이라 할지라도 결국 의복으로서의 실용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실용적인 요소와 미적인 요소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지 않아 저작권으로 보호가 안 된다.

패션을 상품 출처로 보면 상표의 일종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고려할 수 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상품의 출처를 보호한다. 특이한 형태의 와인병을 보고 특정 회사의 와인이 연상되면 와인병 자체가 상표가 된다. 소비자에게 각인이 되어 소위 2차적 의미가 획득되려면 수년이 필요한데 패션은 주기가 너무 짧아서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도 어렵다.

결국 패션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어느 무형재산으로도 보호가 쉽지 않아 이른바 사각지대에 있다. 미국에서는 불합리를 인식하고 패션을 독립적인 지식재산으로 보호하려는 입법을 2006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에 제품 디자인 중요 추세에 따라 디자인 특허의 보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두 개 디자인 사이에 소비자 혼동이 있을 정도로 비슷하면 디자인 침해로 인정한다. 앞으로 디자인 특허가 패션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예상된다. 문제는 디자인 특허를 등록하는 데 2년 정도 걸리는 데 그 사이에 대부분 침해가 일어나고 등록 전에는 구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특수성 때문에 패션을 보호하는 특별 입법이 언젠가는 생길 것이다.

고충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chungkonk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