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공간정보산업, 사람이 없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명언이 있다. 미래예측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중국이 지금까지 미국을 따라잡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대륙을 벗어나지 못한 폐쇄성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국제정세의 흐름을 이런 관점에서 풀어보면 대륙에 틀어박혀 있다가 바다로 진출하려는 중국과 막강한 해군력을 가진 미국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모습이다.

해상을 장악해야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을 산업분야에 적용했을 때 딱 들어맞는 곳은 공간정보산업분야다. 공간정보산업은 바다와 대륙은 물론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분야다.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내비게이션과 스크린골프 등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히 자리잡은 서비스 역시 공간정보기술이며, 재난예방, 토지관리, 문화재 복원, 국방 등 활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공간정보산업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60조원으로, 매년 40%씩 성장한다. 정부도 공간정보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공간정보산업을 독자 산업으로 분류해 통계청에 승인등록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9년 8월에는 국가 지리정보 체계 구축 및 활용 등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공간정보산업 진흥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3월에는 공간정보연구원이 개원돼 연구에 착수했다.

새 정부의 산업지원 기조 역시 공간정보분야에 청신호다. 박근혜정부가 표방하는 창조경제는 창의력과 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공간정보는 첨단기술과 공간을 결합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창조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간정보산업이 활성화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게 있다. 바로 공간정보분야 전문인력양성이다.

공간정보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글로벌 리더가 필요하디. 지금까지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다. 국토해양부는 10년 전 공간정보 거점대학을, 지난 2009년부터 공간정보 특성화대학을 선정해 인력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의 수나 질적 수준은 기대치를 훨씬 밑돈다.

공간정보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기술만으로 성장할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분석기술은 물론이고, ICT와 융합할 창의적 발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는 드문 게 현실이다.

정부는 공간정보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할 인프라를 확대하고 재원을 늘려야한다. 대학은 전공간 이기주의를 버리고 학제간 융합을 통해 공간정보분야 글로벌 리더를 키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한다.

공간정보산업은 블루오션이다. 기반기술은 선진국이 주도하지만 응용분야는 아직 무주공산이다. 공간정보산업을 선점해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면 우선 사람부터 키워야한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