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규제 패러다임 일대 혁신…융합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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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케이블TV사업자가 지상파TV(KBS2)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어 2월에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두 사건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 사례다.

방송통신사업자간 갈등이 수년간 혹은 수개월 동안 지속되며 서비스 중단 가능성이 예상됐음에도 방통위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이 뿐만 아니다. 카카오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보이스톡(mVoIP)` 전면 허용과 KT스카이라이프의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 Dish Convergence Solution)` 개시로 인한 논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해묵은 과제는 물론 새롭게 도출되는 이슈에 선제적 혹은 사후적 대처 모두 수준 미달이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융합을 기치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결과론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정보통신 진흥과 규제 등 정책기능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동안 우리나라 ICT 경쟁력은 하락을 거듭했다.

영국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하는 IT 경쟁력지수는 지난 2008년 8위를 기록했지만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급락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정보통신 보고서 2012`에 따르면 ICT 분야 경쟁력 지수인 `네트워크 준비지수(NRI)`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해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두 계단 떨어진 순위다. `정책·규제환경` 순위가 43위로 나타난 가운데 세부 지표인 의회 입법 활동 효율성은 123위, 규제철폐 효율성은 97위, 분쟁 해결에서 법체계 효율성은 84위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 지는 분명하다.

새 정부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ICT 생태계에 걸맞은 규제 방향성을 제시함은 물론 진흥 정책전반의 일대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이게 선행되지 않으면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기기(D)를 아우르는 혁신적 정보통신 생태계를 조성,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보통신 최강국을 건설한다는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실현은 요원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기존 규제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스마트TV와 N스크린 등 다양한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이를 규정할 법과 제도가 따라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방송통신 융합추세에 부응하는 방송법·IPTV법 통합 등 규제 체계 개선은 방송통신 사업자의 오랜 숙원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기존 규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제와 진흥 등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이 정부가 허락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에서는 창의성과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앞으로는 정부가 안 된다고 지목한 것만 제외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진정한 방송통신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ICT 생태계에 대한 천착이 선행돼야 한다.

역대 정부가 ICT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에 대해 과대포장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과거 정부의 이통요금 인하 등 잘못된 현실 인식과 판단은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새 정부는 건전한 ICT 생태계로부터 창조적 협업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ICT 생태계의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와 체계로 뒷받침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우리나라가 네트워크와 기기 분야는 우수하지만, 플랫폼과 콘텐츠 분야는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산업화로의 발걸음이 더딘 방송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소프트웨어 등 콘텐츠 일류화를 도모해야 한다.

SW와 콘텐츠 성장이 가능하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잠재능력도 있고 시장도 있다.

ICT 산업 자체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경제 성장 견인차로 한 획을 그은 ICT가 미래 성장동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제기된다.

ICT산업은 전체 산업 종사자수 비중이 5.6%, GDP 비중 8.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임이 분명하다.

새 정부가 새로운 철학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우리나라 ICT 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재도약을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ICT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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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