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는 올해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 마련,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 도입,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등 현안이 많다. 정책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만큼 현안마다 방송사업자들은 첨예하게 갈등한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공정경쟁과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서둘러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계는 우선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자간 싸움에 시청권이 볼모로 잡히기 때문이다. 재송신 갈등 때문에 재작년 말과 작년 초 지상파 방송이 중단된 적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안에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방통위가 2010년 10월부터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을 만들어 운영했지만 방송사업자간 이해관계 때문에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정하지 못했다.
사업자간 의무재송신 범위와 가격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KBS1과 EBS만 의무재송신채널로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를, 지상파방송은 현행 유지를 각각 주장한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사업자에게 가입자당 요금(CPS) 280원을 요구, 유료방송사업자들은 280원이 비싸다는 입장이다.
방통위가 기준을 만들지 못하니 지상파 제도 개선안은 법원으로 갔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지상파 재송신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이달초 법원은 지상파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은 무단으로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면 하루 3000만원의 높은 이행 강제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저작권 측면에서 법리적으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적 책무를 갖는 지상파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법원은 저작권에 대한 문제로만 접근해 방송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지상파의 공적 책임을 인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박사는 “저작권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상파 위상과도 이어져 저작권만으로 접근하면 지상파가 콘텐츠 공급자(프로바이더) 밖에 안 된다”며 “이번 정부는 정권 초반에 명확하게 재송신 제도 개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진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방송서비스를 수용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방송법은 사업자간 네트워크별 규제다. 네트워크를 넘나드는 융합서비스는 불법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가 대표적이다. 작년 KT스카이라이프가 DCS로 가입자를 모집하자 케이블업계가 방송법에 위반된다며 반발했다. 지난해 방통위는 DCS 서비스가 방송법과 전파법 등 현행법에 저촉된다며 서비스 중지를 명령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방송법 내 특례조항 신설을 통한 DCS 허용안을 수용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개정에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을 법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 융합시대에 현행 방송법도 서둘러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도 필요하다. IPTV와 디지털케이블 TV가 단적인 예다. 둘은 TV시청, 양방향 서비스 등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양 사업자는 네크워크 별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는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특정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전체 SO 가입자의 1/3을 초과하거나 전체 방송구역(77개)의 1/3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케이블방송사업자는 방송구역과 가입가구 규제 등 이중규제를 받는다. 반면에 IPTV는 가입자를 모집할 때 방송구역 제한이 없다.
IPTV와 디지털케이블TV를 아우르는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진척이 없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지만 다른 규제를 받기 때문에 공정경쟁 구도가 깨졌다”며 “통신의 속성을 배려해 IPTV는 규제를 적게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동일한 플랫폼 사업자는 동일하게 규제 받아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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