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명분 없는 `밥짓기` 논쟁

명분이 없다. 정부 조직개편안을 놓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민주통합당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국방부나 외교부도 아닌 `먹거리 부처` 미래창조과학부가 대상이다. 미래부의 방송정책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에 산토끼는 고사하고 집토끼마저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민주당은 총선공약으로 방통위 해체와 정보통신부 부활을 약속했다. 대선 때는 정보통신부 부활 혹은 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도 여러 차례다. 세미나 등 행사장에서 구두 약속한 것도 수차례다.

역사적으로도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민주당의 전유물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급에 준하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융추위의 핵심적인 결론은 방송통신 융합추세에 맞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일대일로 통합해 독임제 성격의 부처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당론이 바뀐 것일까. 방송과 통신을 분리하자는 것이나 규제와 진흥을 따로 하자는 주장은 허탈감을 넘어 씁쓸할 뿐이다. 야당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집권기에 추진했던 핵심 정책과 뒤이어 총선·대선에서 약속했던 것까지 뒤집을 정도의 명분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실익도 없다.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존치한다고 해서 공정성이 담보될지 회의적이다. 현 5인 합의제 위원회 아래 다수를 차지한 여당 상임위원들이 결정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면 지상파방송사 임원 선임이나 내용 규제 측면에서 여당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보도기능이 없는 유료방송 정책을 물고 늘어지는 것 자체가 정략적 측면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로 설명이 되는 게 없다. 오히려 MB정부 시절 미디어법 통과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야당의 책임만 더 부각될 뿐이다. 총선과 대선을 실패로 이끈 세력이 주도하는 정략적 선택이 야당의 입지만 축소시킨다는 평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미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 유력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지지율이 더 빠져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 조직개편을 놓고 벌이는 이른바 `밥짓기 논란`은 야당을 더욱 궁색하게 만든다. 그것도 핵심 지지층이 몰린 지역의 수장인 시장이 띄우는 훈수다. `식당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그냥 짓도록 놔두지 왜 그러냐`는 것이다.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제대로 보라는 것이다.

때마침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도 전격 사퇴했다.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세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대표 부처의 장관이다. 박근혜정부가 삼고초려해 숨은 인재를 초빙했다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덕분`이다. 국적 논쟁을 유발했으며, CIA 연관설, 재산 의혹설 등의 정치적 공세를 견디기 힘들었으리라는 분석이다. 미래부가 누더기 부처가 된 것도 여파가 컸다. 소신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의 상실감 얘기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타국에서 자수성가한 인재를 스스로 내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상황이 달라지면 공약을 바꿀 수 있다. 바꾸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약속을 뒤집는다면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야당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명도 없고, 우기는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문제가 된 장관 후보자는 완주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능력 있는 인재만 상처 내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