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이 내린 직장? 육두품 공사 경력직원의 `눈물`

신라시대, 골품제라는 신분제가 있었다. 6두품부터 1두품까지 층을 구성해 정부 요직을 주는 것인데 이들은 평생 성골과 진골 신분을 깰 수 없었다. 때문에 6두품은 평생을 가도 차관직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다. 그마저 장관직은 진골이 독점했다.

국내 대표 금융공기관인 정책금융공사가 경력직원 채용 시 비합리적인 내규를 적용해 입방아에 올랐다. 2011년 산업은행(산은)에서 정책금융공사로 자리를 옮긴 모 과장은 동기들이 대부분 차장이다. 건설회사 출신 A과장은 경력직이라는 이유로 30%의 경력을 삭감 당했다.

정책금융공사는 내규에 따라 일반회사 경력은 70%이하, 기타금융기관 경력은 80%이하, 시중은행 경력은 90%를 인정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에서 분사할 당시 참여했던 원년 멤버들은 대부분 요직에 있거나 경력 100%를 인정받았다. 원조 산은 출신이 곧 진골인 셈이다.

정책금융공사는 공기관 중 최고의 연봉을 받는 곳이다. 시중에 떠도는 `신이 내린 직장`쯤 된다. 이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경력직원도 불합리한 인사 규정에 대해 불만은 가득하지만, 외부로 발설을 못하는 분위기다. 소위 사회서 잘나가는 그들만의 분란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불만은 한 경력직원의 폭로로 밖으로 터져나왔다. 그는 “입사 창업 멤버들에 비해 나중에 들어온 인력들은 최대 6년 이상의 경력을 삭감하고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사 실권자인 부사장까지도 직무정지를 당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심지어 승진 순서를 미리 정해놓고 산은 출신들이 보직을 꿰찬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외부에선 전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무색하다. 이미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서 분리 후 경력직원 채용 비중이 전체 인력의 25%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비합리적인 인사 시스템을 고집한다.

모든 일은 사람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제부터라도 정책금융공사는 비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을 개혁하고, 모든 직원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짜고 있다는 개선대책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