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상훈 교수
광고정책이 방통위에 남는다고 한다. 지난 5일 일부언론에 공개된 정부조직개편 관련 여야 잠정합의문의 내용이다. 주파수를 통신용과 방송용으로 나누어 관리하겠다는 것 이상의 비합리적인 발상이다. 그동안 유료방송 정책을 미래부가 하느냐 방통위가 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 하는 동안 광고정책은 소리소문도 없이 규제기관에 귀속됐다.
박근혜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 무엇인가.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를 근간으로 하는 ICT 생태계와 새로운 방송통신융합서비스 육성을 통해 신규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ICT 및 방송통신융합서비스의 핵심재원이라 할 수 있는 광고관련 정책은 미래부에서 빠져있다.
국내 ICT업계는 광고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의 경우 총수익의 90% 내외를, 지상파방송사의 경우 적게는 60%, 많게는 80% 이상을 광고수익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방송통신융합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게 될 IPTV, 스마트TV, 케이블방송 등 신규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광고산업 활성화는 필수 전제조건이다.
아무리 좋은 망을 깔아 신규 방송통신융합서비스의 기반을 닦아 놓았다 한들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없다면 이러한 서비스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프로그램과 같은 방송콘텐츠는 방송광고를 통한 수익 없이 만들 수 없다.
좋은 방송콘텐츠가 나오지 않으면 방송사 수익구조가 나빠져 방송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도 양질의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광고시장 확대를 통해 방송통신서비스 시장에 필요한 재원을 공급하고,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체계 구축은 방송통신융합서비스 성공의 핵심 열쇠인 것이다.
그동안 광고정책은 규제중심으로 접근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지원 및 투자가 미흡했다. 그 결과 광고인프라, 통계, 광고기술, 인력, 재원 등 전반적인 광고산업 여건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광고시장은 수년째 성장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하지만, 광고매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시장 내에서의 제로섬 게임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국경 없는 스마트미디어 서비스의 특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광고시장에서 구글, 애플 등 글로벌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실제로 구글, 애플은 인터넷광고 플랫폼 시장의 40~50%, 모바일광고 플랫폼 시장의 80~90%를 점유했다. 구글과 애플은 인터넷·모바일시장에서 구축한 시장지배력을 스마트TV 광고시장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광고산업계가 바라는 것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광고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양방향, 맞춤형광고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광고를 비롯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여 광고시장 침체현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 광고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광고를 통한 방송장악`을 주장하는 야당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도 ICT 생태계와 재원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선 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여야 모두 산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주길 당부한다.
야당은 방송광고가 방송사의 밥줄이라고 한다. ICT, 콘텐츠산업계에서 광고는 생명줄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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