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미래정보화리더]서충기 LG엔시스 클라우드인프라사업팀 과장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낯설게만 느껴진 가상화 기술이 어느덧 IT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됐다. 서버·스토리지 가상화에 이어 네트워크와 데스크톱까지 기술 범위는 갈수록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CIO BIZ+/미래정보화리더]서충기 LG엔시스 클라우드인프라사업팀 과장

가상화란 물리적 IT 자원을 논리적으로 분할하거나 통합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한 대의 서버를 여러 대의 서버가 있는 것처럼 나눠 다른 용도로 활용(분할)하거나 여러 대의 서버를 한 대 서버처럼 사용(통합)하는 식이다.

가상화 기술이 등장하게 된 건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와 같은 IT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비용을 아끼면서도 성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관심 사안이자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LG엔시스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서충기 과장은 바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화 분야 전문 컨설턴트다.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는 동시에 사회 일을 시작한 그는 2007년부터 가상화 쪽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았다.

가상화를 설명할 기회만 달라 해도 문전박대 당하던 때가 2009년이니 꽤 일찍부터 몸담은 셈이다.

“처음엔 서버 엔지니어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VM웨어라는 서버 가상화 솔루션이 국내 소개되기 시작했는데요. 이거다 싶었죠.”

그가 다니고 있는 LG엔시스는 얼마 전 독특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3차원 입체 영상 구현에 필수인 렌더링을 온라인으로 가능케 한 것이다.

렌더링이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화상에 실제와 같은 이미지를 더하는 작업이다. 뼈대 위에 색·질감 등을 부여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영화 아바타 속 캐릭터들, 건물 폭발 장면 등이 렌더링으로 탄생한다.

국내 렌더링 작업은 그동안 전문 스튜디오에서 장비를 구비해 사용하거나 임대해서 쓰는 식으로 이뤄졌다. 영화 개봉일이 다가오면 전국 각지의 설비를 동원해 가동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장비가 워낙 고가인 탓에 국내 보급이 넉넉지 않아서다.

LG엔시스는 여기서 기회를 엿봤다. 렌더링 작업에 필요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받는다는 구상이었다.

영화·애니메이션·광고 등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이에 따라 렌더링 수요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사업성 검토가 끝나고 기술 구현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센터 내 렌더링에 필요한 설비들을 갖추고 외부에서 아티스트들이 접속해 쓸 수 있도록 제반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를 주도한 것이 서 과장이다.

LG엔시스 서비스는 국내 최초 시도였다. 렌더링은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 컴퓨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가능하겠냐는 것이 영화 산업계 쪽의 시선이었다. 게다가 LG엔시스의 렌더링은 컴퓨터 성능을 분할하거나 통합해 사용하는 가상화라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서버 전체를 100% 가동해도 모자른 데, 가상화와 클라우드(온라인)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하니 믿기 어려웠던 거죠. 설득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고 수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끝에 결과가 나왔다. 작업 시간이 실제로 훨씬 단축된 것이다.

“영상 산업 쪽에 경험이 없다보니 용어도 낯설고 관련 소프트웨어들도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관련 기업들도 만나고 하나씩 배우면서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완성된 기술을 들고 나서 전문가들 앞에 시연했다. `이런 게 되느냐`는, `놀랍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서 과장은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기존 렌더링 작업은 물리적인 서버로 구성돼 서버 1대에 1노드만 사용해 작업할 수 있다. 반면 LG엔시스는 한 서버에 4노드까지 가능하다.

쉽게 풀면 한 가지 작업 밖에 못 했던 장비가 이제는 네 가지 일을 하게 돼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가상화를 접하고, 또 스토리지 가상화도 공부하면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미 LG엔시스의 시스템에선 영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 여름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다. 주인공이 3D 캐릭터라 방대한 컴퓨터 그래픽이 필요하다.

서충기 과장은 앞으로 가상화 기술이 더 깊고 넓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가올 스마트워크, 스마트센터 등을 구현하는데 가상화를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첫 직장에서 서버 엔지니어로 일을 했습니다. 조금씩 업무를 넓혀 스토리지 쪽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드웨어를 경험하며 가상화를 접한 것이었죠. 그렇지 않고 가상화 기술만 공부했으면 한계에 부딪혔을 겁니다. 이번 렌더링 같은 서비스도 그럼 나오지 못했겠죠.”

IT 업계 가상화가 각광 받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필요한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는 게 현장에서 느끼는 그의 경험이다.

특정 솔루션이 아닌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다방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강조하는 이유다.

가상화 엔지니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흥행이 된다고 해서 따라가면 곧 높은 장벽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흐름을 단편적으로 보지 말고 넓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 2005년 정보 보안 전문가 과정 이수

- 2007년 구미 LGT 서버 통합 작업 프로젝트 진행

- 2008년 SK 브로드밴드 가상화 환경 구현 프로젝트 진행

- 2009년 현대해상 서버 통합 프로젝트 진행

- 2010년 LG 이노텍 광주 노후화 서버 교체 사업 프로젝트 참여

- 2011년 KBS미디어텍 다큐멘터리 `태아` 제작 지원

- 2012년 LG엔시스 클라우드 렌더팜서비스 `스마트렌더` 데이터센터 구축(가산데이터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