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슈퍼컴 산업 발전의 구조적 기반

얼마 전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지역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유성우가 쏟아졌다.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면 경고를 발령하고 대피를 유도해 많은 사상자가 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었다.

[월요논단]슈퍼컴 산업 발전의 구조적 기반

하와이 대학교 천문연구소의 아틀라스(ATLAS)는 외계 물체가 지구에 접근하는 것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소행성 충돌 경보 시스템이다. 2015년 말 가동되면 이런 가정이 현실화할 것이라 한다.

인류 번영과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전 지구적 기후 변화와 해일·지진·방사능 확산 등은 슈퍼컴퓨터로만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 외에 극대·극소화하고 복잡·융합화 하는 첨단 과학기술분야는 실험 자체가 불가능해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야만 분석할 수 있는 도전적 문제들이 많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슈퍼컴퓨팅은 국민의 안전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한 핵심과학기술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슈퍼컴 고성능화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만 보더라도 일본은 지진예측, 기상 및 기후 예보, 생명과학 연구, 신무기, 신물질 개발을 위해 10페타급 컴퓨터를 자체 개발하는 등 총 1000억엔의 예산을 슈퍼컴에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나노 물질·대체 에너지·첨단 무기 개발 등에 사용할 슈퍼컴을 자체 제작해 실질 성능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다. 또 세계 500대 슈퍼컴 목록에 등재된 슈퍼컴 중 4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을 제외하고는 500위 안에 들어갈 만한 수준이 안 된다.

이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지난해 11월 이재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슈퍼컴 `천둥`이 세계 277위를 차지하고 독자기술 기반 슈퍼컴퓨터 상용화의 첫 단계를 넘어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나라는 슈퍼컴퓨팅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1년 관련법을 제정했다. 국가 차원에서 슈퍼컴퓨팅 연구 개발, 자원의 효율적 배분, 전문 인력 양성 등 발전 기반을 조성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다.

법 도입 취지에 맞게 적절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볼 문제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슈퍼컴퓨팅 시스템은 SOC에 비유된다. 기반 투자가 전체 IT 및 컴퓨팅 관련 산업 발전에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슈퍼컴 자체는 매우 고가의 장비이고 중앙집중식 설비가 필요하다. 소규모 자본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가의 지원과 적극적인 육성은 필수다.

시스템에 대한 투자에 앞서 고려해야 할 핵심 사항이 있다. 바로 슈퍼컴퓨팅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슈퍼컴퓨팅 기술개발, 성과확산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진화해 갈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현재의 국가 슈퍼컴 운영 시스템을 지역 단위 슈퍼컴 전문센터의 위상 및 기능을 강화하는 계층화된 구조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기존 KISTI를 중심으로 단위 조직을 직접 연결한 수레바퀴형 구조에서 슈퍼컴 전문센터의 중간 관리 역할을 중심에 둔 계층적 운영 시스템을 말한다.

이어 각 슈퍼컴퓨팅센터들이 자원 구축, 연구개발사업, 기술개발, 인력양성, 활용 활성화, 정책 지원 등을 통해 슈퍼컴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대학은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 인력 양성으로 건강한 IT생태계를 구축하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슈퍼컴 관련 민간 연구소가 전무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학은 슈퍼컴퓨팅 발전의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UNIST) 총장 president@un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