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BMT 제도화를 고려할 때

벤치마킹테스트(BMT)는 실제 업무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구성하고 도입하려는 제품 성능을 시험해보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소프트웨어(SW) 한 카피를 도입하는 경우가 아니라 비교적 큰 규모 프로젝트에 중요한 고가 제품을 도입할 때 추진된다.

[기자수첩]BMT 제도화를 고려할 때

향후 사용할 제품을 미리 검증한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부분 국내 기업에서 BMT를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제안서와 제안발표를 기준으로 한 기술평가와 가격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추진된 클라우드 관련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의 10% 가량만이 BMT가 실시됐다.

왜 발주처는 BMT를 실시하지 않으려할까?. 가장 큰 이유는 프로젝트 기간 때문이다. 보통 한 제품 당 BMT 실시 기간은 3~5일 정도다. 10개 제품이라면 전체 프로젝트 기간이 한 달 이상 늘어난다.

기간뿐만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제안사나 관련된 외부 기관의 비정상적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공공기관 구매담당자의 입을 통해 나온 얘기다. BMT 자체가 실제 제품선정의 척도가 될 만큼 정확한지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BMT를 실시하지 않음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 번 구현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IT제품의 특징이다. 큰 비용을 들여 도입한 제품이 막상 도입하고 나니 성능이 떨어지고 오류 발생이 잦더라도 걷어내기가 쉽지 않다. 한 달 정도는 BMT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이유다.

BMT 기간에 외부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독립된 제3기관의 심위를 거치는 등 보완 장치를 만들면 된다. BMT를 전문으로 대행해주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따르면 BMT 1위 제품이 최종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MT의 정확성이나 신뢰성도 매우 높다는 얘기다.

오히려 발주처는 BMT 없이 진행되는 업체 선정에서 대형 업체의 로비력과 리베이트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국산SW와 중소기업 육성을 외치는 정부에서도 국산이 외산을 이기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길이 바로 BMT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산SW 업계가 BMT 제도화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