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SO)가 뭐기에, 솔로몬의 지혜를 기억하자

안문석(고려대 명예교수, 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장) ahnms@korea.ac.kr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이 나타났다. 주장을 들으면 누가 진짜 엄마인지 알 수 없다. 솔로몬 왕은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한 후, 아이를 양분하여 두 여인에게 주라고 명령했다. 그 때 한 여인이 울면서 왕에게 애원했다. 자신이 양보할 터이니 아이를 죽이지 말고 그냥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왕은 울부짖는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는 명판결을 내렸다.

[기고]소(SO)가 뭐기에, 솔로몬의 지혜를 기억하자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지혜다. 지금 한국은 소(SO)라는 아이를 놓고, 여당과 야당이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면서 싸우고 있다.

종합유선방송(SO)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싸움은, 한 아이를 두고 싸운 두 여인과 비슷하다. 전혀 타협할 것 같지도 않다. SO 때문에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였으나 식물정부다.

경제학에 `코스정리`라는 이론이 있다. 신속한 차선책이 시기를 놓친 최상책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온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적용하면, 시기를 놓친 최상의 정부조직보다 신속한 차선의 정부조직이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참여정부 시절이다. IPTV를 둘러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첨예하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토록 했다. 소속 위원들의 노력으로 IPTV법안을 만들었고,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 IPTV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넘었다.

당시에도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세계적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IPTV와 같은 서비스 관할권 다툼이 벌어질 수 있어 융추위는 방송위와 정통부를 결합한 새 정부조직을 건의했다. 방송위의 규제기능을 위한 위원회 제도와 정통부의 진흥기능을 살리기 위한 독임제를 가미한 방통위원회 설치를 건의한 것이다. 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을 대통령이 지명해 국회 인준을 거치고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법률안 발의권을 갖는 등 독임제 장관 지위를 갖고 진흥정책을 추진토록 했다. 방송위와 정통부 사이의 새 방통융합 서비스를 둘러 싼 갈등, 즉 진흥과 규제 사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MB정부 인수위는 `정통부의 기능을 분산시키지 말고 방송위와 통합해야 한다`는 융추위 건의를 무시하고 여러 부처에 분산시킨 상태에서 독임제적 성격의 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ICT 추동력을 상실했다.

다행히 박근혜정부가 분산된 ICT를 다시 융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반영하려 한다. 문제는 별도로 남게 된 방통위와 미래부의 관계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이번 융합에서 남을 방통위와 새 미래부는 앞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진흥을 담당하는 미래부와 규제를 담당하는 방통위의 다툼은 태생적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방통위 규제기능과 미래부 진흥기능을 장관급 독임부처에서 담당토록 하는 방안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올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을 요한다. 당장 시급한 정부출범을 위해 어느 한 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풀리는 상황이 됐다.

솔로몬의 지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 상황에서 국민은 어느 쪽이든, 양보하는 쪽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진짜 엄마라고 생각할 것이다. 새 정부도 한 발자국 물러서서 정부기능을 정상화시키고, 1년 뒤 그래도 계속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방통위와 미래부의 ICT 전담조직을 모두 포함하는 새 전담부처를 만들어 진흥과 규제를 조화시키고 미래를 준비하고 먹거리를 창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힘있는 자의 양보는 관용이지만, 힘없는 자의 양보는 비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은 힘 있는 자의 관용이 필요한 시기다. 국민은 솔로몬의 지혜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