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피캣 논란, 같은 듯 다른 NHN-카카오

카피캣 논란으로 스타트업이 시끄럽다. 논란의 중심에 NHN과 카카오가 있다. NHN은 패션 SNS `원더(WONDER)`가 스타트업 `스타일쉐어`와 카카오는 `카카오폴`이 스타트업 `두잇서베이`의 `오백인`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업 관점에서 보면 유사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는 NHN 행보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서비스로 경쟁해야지 도덕적 이유로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NHN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카카오는 두잇서베이가 카카오톡 제휴를 위해 제안한 내용을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 여부를 아직 모르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카카오가 더 좋지 않다. 카카오 평가는 다르다. 적극적으로 카카오를 옹호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채팅플러스 입점으로 출시 4일 만에 1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카카오톡이 서비스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카카오가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기업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카피캣 논란이 있지만 카카오는 스타트업에 거대 플랫폼을 열어 주며 기업 성장을 돕는다”며 “카카오 플랫폼에 들어가는 것이 스타트업 성공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되고 이는 모든 스타트업이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논란보다 실제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 기업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논란에도 반응이 다른 것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존 가능성 때문이다. 카카오 역시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갑`이 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상생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스타트업이 성장할 플랫폼을 제공하는 카카오는 공존 여지가 있지만 NHN은 현재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NHN의 유사 서비스를 비난하지 말자는 의견에는 냉철한 사업적 인식만 있지 NHN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없다.

반면 카카오는 카피캣 논란에도 언젠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이 기대감은 스타트업이 내일을 꿈꾸는 힘이다. NHN이 존재만으로 스타트업에게 기대감을 주는 기업이 될 수는 없을까. 이번 논란이 NHN이 스타트업과 공존 가능성을 여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