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9> 빅데이터가 인재를 선발한다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sungwlee@deloitte.com)

1990년대 후반 미국 프로야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삼미슈퍼스타즈와 비슷한 처지였다. 구단 재정난으로 항상 빠듯한 예산으로 선수를 선발했고 그 결과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으며 다시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빅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9> 빅데이터가 인재를 선발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 중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풀기 위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했던 방식은 에이전트와 마라톤 회의였다. 에이전트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윙이 멋진` `예의 바른`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를 선발했지만 불행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랬던 오클랜드가 2000년부터 달라져 2002년 리그에서 20연승을 거둘 정도로 변한 데는 애널리틱스 기법 도입이 한몫을 담당했다. 구단주인 빌리빈은 수많은 에이전트 반대에도 예일대 출신 경제학자인 피터 브랜트를 영입해 통계와 수학모형에 근거한 선수선발 및 운용체계를 도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라인업과 전략이 생각보다 더 강한 집중력을 보여준 것이다.

야구단이 아닌 우리 기업의 인재 선발 방식은 어떨까? 여전히 학력을 중시하고 짧은 시간의 면접에서 느낀 첫인상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프린터와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도 마찬가지였다. IT기업 특성상 제록스는 많은 콜센터 상담원이 필요했다. 상담원의 기본 훈련비만 1인당 5000달러지만 3개월을 버티도록 하는 것이 힘들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을 뽑아야 오래 근무하고 좋은 평가도 받는 것일까? 제록스는 채용 혁신을 위해 실험적으로 시도한 데이터 애널리틱스 결과에서 해답을 찾았다.

과거 콜센터 근무 경험은 근속기간과 높은 성과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대신에 좋은 상담원을 결정하는 비밀 열쇠는 개인 성격이었다. 창의적 성격. 이것이 좋은 상담원의 바로미터였던 것이다. 추적 분석 결과, 창의적인 상담원은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직장을 옮기는 선택보다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데 더 관심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높은 성과와 근속기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과거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직장과 짧은 통근거리, 1∼2개 정도의 소셜네트워킹 활용 등이 중요 포인트로 등장했다. 특이하게도 호기심이 강한 성격은 부정적이었다. 데이터를 통하지 않았다면 이런 것들이 중요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제록스는 이후 6개월 동안 데이터 애널리틱스 알고리즘으로 상담원을 선발하는 테스트를 거쳤고 이직율이 2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하자 현재는 5만개 상담원 포지션 선발을 모두 애널리틱스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다.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통한 기업 운영을 혁신한 사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은 고민은 `우리 회사에는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란 단어가 워낙 광범위하게 쓰여 스몰데이터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은 겁부터 먹게 된다. 미국 한 금융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높은 이직율이 고민이었지만 인사데이터 수준이 낮아 애널리틱스 결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이 회사는 적극적으로 의사 결정에 애널리틱스를 도입했는데 의외의 곳에서 발견한 데이터 분석이 효과를 발휘했다. 바로 빌딩 출입시스템 데이터였다.

아시다시피 출입시스템은 모든 직원이 사무실을 통과한 시간을 데이터화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여러 직원과 어울려 출입한 기록이 있는 직원은 평균보다 이직률이 낮았지만 소수의 직원과 어울리고 특히 최근 이직자와 출입이 잦은 경우 이직률이 매우 높았다. 존재사실 조차 몰랐던 데이터가 직원의 이직률을 관리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고민하는 시점은 온전한 데이터를 갖춘 후가 아니라 풀어야 하는 문제는 있는데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할 때다. 대부분 기업은 필요한 데이터가 각 부서마다, 담당자별 컴퓨터마다, 자동화기기 로그파일로 분산되어 방치돼 있는 실정이며, 이를 시급히 목표 중심으로 표준화하고 통합할 때 기업운영의 혁신은 시작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했다. 한 길 사람의 속을 단번에 알아낼 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활동하면서 남긴 흔적들을 차근차근 수집하여 분석한다면 열 길 물속보다 더 훤하게 알아낼 수 있다. 꼭 빅데이터가 아니어도 좋다. 의미 있는 스몰데이터면 충분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