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최문기 내정자의 융합마인드

지난 2008년 봄이다. 과천 한 식당에서 최문기 당시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을 만났다. 지식경제부 출입기자와 산하 기관장으로서의 첫 대면이었다. 말끝에 남은 경상도 억양으로 당시 갓 들어선 이명박정부의 산업 핵심 키워드인 `융합`에 대한 열정을 끝없이 풀어냈다.

그때 ETRI 관할권이 사라진 정보통신부에서 지식경제부로 넘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을 지향하는 그의 확고한 자신감은 바뀌지 않았다. 지경부와 손발을 맞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현대자동차가 공조한 `자동차+IT`부터 조선+IT, 국방+IT 등 기간산업과 IT 융합을 실행했다.

성과는 나중에 나타났다. 그가 발을 뗀 일들이 하나둘씩 지금 우리 산업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학교(KAIST)로 떠났다. 정부가 바뀌고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예상밖의 인사는 대통령의 일관된 인사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의 `내공`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래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박근혜정부의 두뇌와 같은 부처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취임 이후까지 미래부에 대한 애착과 바람을 숨김없이 피력했다. 야당을 향해 `다른 건 다 양보해도, 미래부 만큼은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했을 정도다.

박 대통령은 그 수장 후보로 최문기 전 ETRI 원장을 선택했다. 그러니 최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술산업계의 온갖 기대를 한몸에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미래부 자체가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 조직이다. 관련 규제와 진흥 정책 모두를 융합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남는 것이 기존 산업과 과학기술·ICT 정책의 `그랜드 컨버전스`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진짜배기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국민의 생활·안전·복지 증진과도 직결된다.

무엇보다 미래부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시스템(주력)·창의 산업은 물론 문화부의 콘텐츠산업 등과도 원활한 융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그린 창조경제의 핵심 얼개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최문기 장관 후보자의 융합 마인드는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가 R&D의 창조적 개조에 있어 분명한 역할도 기대된다. ETRI 원장을 지내면서 겪은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거버넌스 문제, 연구비 구조, 기초·산업 연구 조화 등의 과제에 대한 실천적 해법도 당당히 제시하길 바란다.

대통령은 창의와 혁신이 춤을 추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실행하는 게 최 내정자가 이뤄야 할 과업이다. 산업과 ICT 융합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성공 경험은 그를 막중한 책임과 함께 높은 국민적 기대감에 따른 심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