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97>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어느 목욕탕 간판에 붙어 있는 말이다. 이 말은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때는 몸에 낀 이물질을 의미한다. 목욕탕 주인 입장에서 사람은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때를 벗겨내기 위해 목욕탕에 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때의 의미는 타이밍을 의미한다. 첫 번째 때가 벗겨내야 될 이물질이지만 두 번째 때는 맞이해야 될 기회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 다르듯이 사람도 꽃을 피울 때가 다 있는 법이다. 가을에 꽃이는 피는 식물에게 이른 봄에 왜 꽃을 피우지 않느냐고 야단을 친다고 이른 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신의 재능으로 꽃을 피우는 시기가 오면 그 때에 맞춰서 꽃이 만개(滿開)하는 것이다.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다림은 수동태가 아니다. 그냥 앉아서 넋 놓고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다. 기다림은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호시탐탐(虎視耽耽) 기회를 엿보는 적극적 능동태다. 때가 오면 때를 놓치지 않고 잡기 위해서는 때가 아닌 때는 언제나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실력을 쌓기 위한 부단한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마침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때가 찾아온다. 그 때를 잡는 사람이 바로 한 단계 도약하는 인생을 사는 법이다.

세 번째 때는 생각의 때다. 생각도 자주 신선한 자극으로 감아주지 않으면 생각에도 때가 낀다. 그 때를 벗겨내는 낯선 자극을 받지 않으면 생각에 낀 때가 점점 굳어져 나중에는 웬만한 자극으로는 벗겨지지 않는 강력한 생각의 각질이 생긴다. 생각 딱지가 덕지덕지 굳어지면서 생각은 죽어가는 것이다. 몸에 낀 때는 겉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때가 얼마나 끼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낀 때는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많이 때가 끼어 있는지를 알 기 힘들다. 다각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해봐도 색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생각의 때가 끼어 있는 것이다. 강력한 지적 충격이나 체험적 자극을 받아야 없어지는 때가 바로 생각의 때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