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 `실리콘밸리식 혁신` 이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수송동의 한 빌딩 앞. 이곳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주머니 속에서 꺼낸 국산 담배 `타임`은 거의 빈 곽이었다. 그는 “원래 애연가다. (흡연 구역이 점점 줄고 있으니) 끊어야 하는데…”라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그는 “(미래부 장관 내정이) 영광이지만 부담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 `실리콘밸리식 혁신` 이끈다

최 내정자 이날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교육과학기술부·국가과학위원회 실·국장들과 상견례를 가진 후 잠시 `인사`를 하러간다며 모처에 다녀왔다. 이후에는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하며 청문회 대비에 집중했다. 16일 열린 새 정부 첫 장·차관 국정토론회에는 불참했다. 한 측근은 “평택 농지 등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대응에 고심했다”고 전했다.

◇`아이디어`의 시장 승리…실리콘밸리식 혁신 추진한다

최 장관 내정자는 창조경제를 두고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주저함 없이 답변하는 모습이 이미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해 둔 듯 했다. 그는 “담장을 없애고 같이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이 가장 필요하다”며 “우리 젊은 층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개방형 혁신을 통한 아이디어만 보태주면 창조경제는 잘 이뤄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내정자가 생각하는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기조 중 하나인 `창업 국가`와 궤를 같이 했다.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고, 기업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와 유사한 모습이다. 최 내정자는 “학교에서 젊은이들을 보니 생각지도 못할 만큼 현명하고 똑똑하더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융합에는 독식이 없다…IT는 융합의 기반 기술”

최 내정자는 과거 전자신문 기고에서 “융합에는 독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계가 자기중심적인 접근을 한다면 융합의 과실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최 내정자는 “IT를 융합 성공을 위한 기반 기술로 보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 IT가 침투한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이면 결국 성공할 수 없다”며 “산업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내정 후에도 창조경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담장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대·중소기업간 협업도 강조했다. 그는 “융합기술혁신센터를 만들고,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해 대·중소기업간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종속적 참여를 요구해서는 융합기술의 국제” 경쟁에서 낙오를 면학 어렵다”고 했다. 애플·구글의 리더십과 대·중소기업 협력 창출 동기와 능력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ICT 업계 `기대`, 과학기술계 `조심스런 우려`

김종훈 전 내정자가 스스로 낙마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ICT업계도 최 내정자를 대체로 반겼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5일 주주총회 현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연구개발(R&D)에 있어서 국내에선 독보적인 인물”이라며 “최 내정자를 수십년간 알고 지낸 사이인데 매우 성실하고 창조경제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김 전 내정자만큼이나 통신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국산 기술의 글로벌화에 대한 뚝심도 강한 듯하다”며 “네트워크에 대해 워낙 해박해 최근의 통신업계 불황을 잘 이해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김 전 내정자에 이어 연이어 통신전문가가 미래부 장관에 내정되자 “기초 과학기술연구가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 최 내정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분야가 다 과학과 관련됐다”며 “아주 전문가는 아니지만 과학을 잘 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