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문제삼아 외환은행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은행권 전체가 바짝 긴장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조치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대책에 발맞춰 금리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보려는 사전작업이란 말이 나왔다.
외환은행은 론스타 시절 대출가산금리 편법 적용과 관련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데 이어 이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최운식)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 압수수색은 금감원의 수사의뢰에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지난 5일 외환은행이 2007~2008년 동안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중소기업 3089곳과 체결한 4308개 계좌에 대해 부당하게 금리를 인상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전산부에서 대출내역 등이 담긴 장부 일체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 소환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대 1%포인트까지 금리를 인상해 총 181억2800만원의 대출이자를 편취했다. 1~2개월 가산금리 인상을 지시하고, 가산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영업점 성과 평과 시 불이익을 줘 금리인상을 종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금감원은 당시 외환은행에 기관경고, 리처드 웨커 전 행장에게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상당을, 래리 클레인 전 행장에게는 주의 상당을 내린 바 있다. 이밖에 부당 이자 수취에 관여한 전·현직 임직원 등 9명에게 감봉 3개월 상당 등의 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이번 건이 과거 농협 단위조합의 불법 대출이자 수취와 비슷하다고 판단하고 검찰에도 수사의뢰했다. 하지만 이전에 다른 은행의 징계사안을 보면, 이번 건이 검찰이 직접 나서 압수수색을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은행 등 금융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비판적인 것 같다”며 “중소·서민 경제 활성화 코드에 맞춘 첫 단추로 정부가 은행권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칼끝이 은행 업권 전체를 향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다른 은행들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외환은행 압수수색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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