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전산망 마비 사태는 우리나라 보안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를 당한 기업은 패닉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보안 전문가를 긴급히 찾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보안 기업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이버 시큐리티`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안에 대한 관심과 투자, 실질적으로 이뤄져야=20일 오후 주요 방송사와 은행 전산망이 동시 다발적으로 멈추자, 정부 당국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 조직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요인도 있지만, 이 같은 사이버 테러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화이트해커 출신인 박찬암 라온시큐어 팀장은 “미국처럼 사이버 테러 및 국가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가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안에 대한 국가 예산 확대가 필요하지만, 정부 투자는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예산은 작년 대비 오히려 줄었다. 보안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보안 기업들은 국가를 위해 사태수습을 위해 나서지만, 정작 국내 보안업체 대표들은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받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예산은 2400억원으로 전체 정보화 투자예산 3조3000억원 대비 7.3%를 기록했다. 정보화 투자는 2012년 3조2668억원 대비 늘었지만, 보안 분야 지출비중은 0.8%포인트 축소된 셈이다.
◇주목, 타깃형 악성코드 공격=전문가들은 국가 주요 기반 시설 공격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사태처럼 은행 등 금융권을 비롯, 철도 등 교통시스템을 통제하는 전산망이 사이버테러를 당한다면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일반 여객기를 대상으로 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정밀 유도무기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GPS 교란 등도 예상된다. 한 보안 업계 대표는 “전력을 비롯, 가스 등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산업 동맥들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2010년 말 이란 핵시설을 위협하면서 세계를 보안 공포에 떨게 한 악성코드 스턱스넷이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침투하는 타깃형 공격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이상을 준비한다. 특히 개인정보를 빼간 후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해킹 공격이 아니라, 특정 기업과 표적 기관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파괴하는 공격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사이버 테러 사건 현황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