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최성식 엔텍 대표

“세상에 없는 제품이 목표입니다.” 최성식 엔텍 대표(45)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볼 때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남 따라하는 건 죽기보다 싫어한다. 똑같은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신념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다. 흔히 엔지니어라면 본인이 가진 기술만 고집하기 쉬운데 오히려 시장과 소비자를 먼저 본다. 시장 1호 제품이지만 성공을 거두는 비결이다. “남 따라가는 상품은 질색입니다. IT는 기술 진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술 자체를 주시해서는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오히려 고객에 집중하는 게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비결입니다.”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최성식 엔텍 대표

최 대표는 `멀티OS 가상화 솔루션`이라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오는 6월 세상에 나온다. 기존 가상화 제품과 달리 `멀티` 운용체계(OS)를 쓸 수 있다.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는 건 같지만 개별 소비자가 OS를 선택한다. 가령 리눅스·윈도·크롬 등 다양한 OS를 같은 컴퓨터에서 여러 사람이 자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가상화지만 컴퓨팅 자원을 물리적으로 나눠 사용하는 방식이다.

“컴퓨팅 성능이 크게 올라가고 비용 절감이 중요해지면서 서버와 PC자원을 공유하는 가상화 제품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서버 가상화(SBC)·데스크톱 가상화(VDI)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단일 OS를 쓰기 때문에 멀티 로그인이 불가능합니다. 게임·뱅킹 등 일부 서비스는 동시에 이용할 수 없어 불편했습니다.”

가상화 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OS 위의 OS` 개념인 멀티OS 모델은 처음이다. 엔텍은 앞서 `컴투게더`로 가상화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컴투게더는 데스크톱에 별도 장치를 연결해 2대에서 4대까지 공유해 쓸 수 있다. 일종의 `세컨드PC` 개념이다. 비슷한 제품이 더러 있지만 주로 기업(B2B) 시장이 공략 대상이었다. 최 대표는 처음으로 소비자(B2C)시장에 집중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아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최 대표는 가상화 제품을 시작으로 최근 보안 이슈로 떠오른 망 분리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일부 금융권 업체와 밀접하게 협의 중이다.

최 대표 진짜 스타일을 보여 준 제품은 4년 전에 출시한 `체감진동 이어폰`이었다. 소리는 듣는 게 아니라 느껴야 한다는 개념에서 제품을 내놨다. 골전도 제품과 달리 소리와 함께 진동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전까지 엔텍 주력 사업은 대만 아수스사의 보드 유통과 개발이었다. “2002년 창업 후 첫 제품이었습니다. 음악을 귀로 듣는 게 아니라 진동으로 느끼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화질은 SD급에 이어 HD급, 다시 풀HD급으로 달려가는데 소리 전달 방식은 전혀 진화가 없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제품 출시까지 2년 이상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아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쏠쏠하게 팔렸습니다.”

최 대표는 10년 전 엔텍을 설립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몸담은 조직이 현대전자연구소였다. 불행히 현대가 사라지면서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대기업에 갈 수도 있었지만 자기 제품 욕심 때문이었다. 창업 초기에는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창업 3년차, 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 때 경쟁력 있는 기술과 차별화된 제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후 연구개발 능력이 지속성장의 해법이라는 신조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속 우수 연구원을 영입하고 중소기업이지만 안양에 별도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최 대표는 “부도까지 몰리면서 오히려 얻은 게 많다”며 “제2창업이라는 생각으로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