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고속성장의 비결 '이것'

미래를 건 `순환 CEO 제도`

화웨이 경영진의 독특한 의사결정 방식이 세계 기업의 이목을 끌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지난해 도입한 `CEO 순환제(Rotating CEO system)`가 바로 그것이다.

런 정페이 화웨이 회장
런 정페이 화웨이 회장

미국 포천은 최근 궈핑 화웨이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CEO 순환제 방식을 소개하고 화웨이가 급성장하게 된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CEO 순환제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임원 그룹을 만들어 놓고 소속원들이 번갈아가며 CEO를 맡는 제도다. 현재 화웨이에는 사업 단위 별로 세 명의 CEO가 있다.

화웨이는 2004년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인적자원관리 컨설팅을 받은 후 순환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8명의 임원관리팀(EMT:Executive Management Team) 일원이 의장을 번갈아 맞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지난해부터는 CEO 순환제로 확대 개편했다.

세 명의 CEO 중 한 명은 재무를, 나머지 두 명은 위기·비상 상황에 대한 관리를 맡는다. 이 두 명은 EMT 일원으로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6개월간 CEO 임기를 마치면 다시 EMT의 일원으로 돌아간다. 임기가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하자면 세 명의 CEO가 6개월씩 돌아가며 `임시(Acting) CEO`를 맡는 동안 나머지는 주요 의사결정에 집중한다. 또 임시 CEO가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의안을 EMT에 상정할 수도 있다.

포천은 이 제도가 중국이 번영을 누렸던 당·송·명·청 시대 황제들이 나라를 이끈 원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뛰어난 직원이 무능한 관리자 밑에서 빛을 보지 못하거나 한 사람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집단의 능력과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갑작스런 변화가 많은 현대 경영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방안을 찾아왔다”면서 “CEO 순환제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런 회장은 EMT를 CEO 자질을 사전에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유럽발 경기 침체와 무역 충돌 악재에도 전년보다 10% 오른 24억달러(약 2조6808억) 순익을 냈고 35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경쟁사들의 부진 속에 나홀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에릭슨을 누르고 1위 통신 장비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포천은 전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