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04>정해진 길을 가면 가슴이 뛰지 않는다.

아이들은 정해진 길, 정해진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와 같다. 학부모가 걸어온 길, 학부모가 보기에 안전한 길, 학부모가 생각하기에 좋은 길을 강권하려고 한다. 그 길은 오래된 길이며 낡은 길이며 모험심을 불태울 수 있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정해진 길, 누군가 걸어간 길에서는 시키는 일만 잘할 수 있는 모범생을 탄생시킬 뿐이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학부모가 다녔던 길과는 판이한 길이다. 그 길은 그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위험한 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모범생과는 다르게 위험에 맞서 싸워야 하고, 생각지도 못한 위기를 스스로 빠져 나오는 길을 모색하는 모험생이 필요하다. 정해지지 않은 길,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 처음으로 걸어가려는 낯선 길을 걸어가려고 할 때 마음도 설렌다. 정해진 길에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샛길로 샜다가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건 낙오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이 따르고 두려움이 앞선다. 그런 길은 길이 아니라고 주입받는다. 네가 갈 길은 S대학(서울과 서울 인근 대학)이고 S대학 졸업 후에는 S기업(서울과 서울 인근 기업)뿐이다. 그게 가장 안전한 길이고 가장 안전한 길이 성공가도로 달리는 지름길이라고 사육 받는다. 무한한 자유를 반납하고 피 끓는 청춘을 바쳐 힘들게 입학한 S대학은 시작부터 또 치열한 경쟁의 시작이다. 힘겨운 경쟁을 뚫고 나가 학점관리와 스펙을 잘 쌓아야 S기업에 원서라도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취업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쓰라림을 맛보아야 한다.

S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갑자기 주어지는 자유에 어리둥절하지만 곧 대학에서 해야 될 공부가 무엇인지 눈치 챈다. 수강 신청도 엄마와 상의해서 하는 학생도 많다.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들을 S대학에 진학시키면 엄마의 임무는 거기서 끝났다가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대학 신입생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학부모의 의도와는 다른 길로 간다고 말하면 심한 질책을 받거나 혼쭐나기 일쑤다. 내가 어떻게 해서 너를 이 대학에 보냈는데 감히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말도 못 꺼내게 한다. 하지만 대학으로 간 아이는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