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대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와 ZTE가 유럽에서 불꽃튀는 특허전쟁에 돌입했다. 두 기업이 해외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유럽시장을 놓고 선점한 화웨이가 특허권을 행사해 뒤따라오는 ZTE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은 지난 21일(현지시각) 화웨이가 ZTE에 상대로 제기한 LTE 기지국 및 모바일 단말기에 관련된 특허(EP 335) 침해 주장을 기각했다. 또 다른 특허(EP 050)에 대한 판결은 미뤘다. 대신 EU 경쟁법 적용이 가능한 지 여부를 사법재판소에 의뢰했다.
반면에 독일 만하임 법원은 EP 050 특허에 대해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이 특허는 LTE 네트워크에서 통화 도중 끊김을 줄이는 기술로 `키 유도(key derivation)`라고도 불린다. 이번 결정으로 ZTE는 이 기술이 적용된 LTE 기지국 설치를 할 수 없게 된다. ZTE는 침해 여부를 완강히 부정하고 있어 법정 소송은 이어질 전망이다.
두 기업의 특허전쟁은 지난 2011년 화웨이가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ZTE가 자사 LTE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화웨이가 유럽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독일(5)·프랑스(1)·헝가리(4) 등 10건 이상에 달한다.
ZTE도 이에 맞서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화웨이가 자사의 LTE, 모바일단말기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총 18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양사의 특허전쟁은 화웨이가 선점한 유럽시장을 ZTE가 공략하면서 불거졌다. 중국 통신세계넷은 “두 기업이 안보이슈에 발목이 잡혀 북미시장 개척에 실패하면서 유럽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특허전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풀이했다.
화웨이는 향후 5년 내 유럽 지역 인력을 기존 7000여명에서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롤랜드 슬라덱 화웨이 대변인은 “유럽은 우리의 두 번째 본토 시장이나 다름없다”며 강한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ZTE는 최근 각 부문에서 따로 관리하던 유럽 지역을 본사 직속 통합 조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ZTE는 지난해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PCT) 아래 3906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전년 대비 37%가 증가하면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표]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의 소송 판결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