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1호 포항 방사광가속기 연구현장 가보니

지난 20일 경상북도 포항시 지곡동에 위치한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PLS:Pohang Light Source). 빛 공장이라 불리는 가속기연구소 내 280m 저장링을 따라 사선으로 돌출된 빔라인에는 분야별 과학자의 방사광 활용 연구 열기가 뜨거웠다.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의 4세대가속기 건설현장 모습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의 4세대가속기 건설현장 모습

엑스레이(엑스선) 포스코(POSCO) 빔라인에서 만난 장창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박사는 엑스레이를 이용해 고강도강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구조분석으로 신물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바로 옆 빔라인에는 가속기연구소 소속 신태주 박사가 엑스레이를 이용해 리튬이온배터리와 박막디스플레이의 물성 분석이 한창이다. 지난 11년 동안 빔라인을 지켜온 신 박사가 귀가하는 날은 일주일에 이틀뿐이다. 주말을 포함해 나머지 시간은 빔라인과 함께한다. 신 박사는 빔라인을 활용해 그동안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네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95년 가동에 들어가 18년을 맞은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가 성능업그레이드와 4세대 가속기 건설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3월 성능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지난 1년간 성공적인 가동을 마쳤다.

오는 2015년께 세계 최첨단 0.1㎚급 4세대가속기(XFEL)를 건설해 신산업 창출 핵심연구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능 업그레이드로 더 강력해진 방사광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에너지가 30억 전자볼트(3.0GeV)인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는 170m 길이 선형가속기와 가속된 전자를 초진공 통로에 저장하는 저장링, 방출된 방사광을 이용해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는 빔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건립 당시 에너지가 25억 전자볼트(2.5Gev)였던 방사광가속기는 성능 업그레이드로 방사광 밝기(휘도)가 100배 향상됐다.

저장링 빔전류도 200㎃에서 400㎃로 갑절 늘었다. 고밀도 방사광을 이용해 고급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빔라인도 건립 당시 2기에서 현재는 32기로 늘어났다.

기존보다 향상된 방사광 밝기로 밀리초, 마이크로초 단위 측정이 가능해져 화학반응 및 생체반응과 같이 시간대 반응을 이용한 메커니즘 연구가 가능해졌다.

또 가속기연구소는 국내 사업체의 개발 독려와 일자리 창출로 주요 가속장치 70%를 국산화했다. 오는 10월까지 초전도 고주파 가속공동을 설치해 내년 빔전류 최종 목표인 400㎃로 이용자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용 성과도 급격히 늘었다. 첫 가동 이후 지난 2011년까지 2만3853명이 7340개 과제를 수행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연간 20%씩 증가했다. 성능 업그레이드 후 처음 1년간인 지난해에는 1161건 이용신청에 2744명이 참여해 총 829건의 실험을 수행했다. 빔라인을 이용해 지난해 315건의 SCI급 논문이 발표됐고 지난 18년간 총 3503건의 논문이 배출됐다.

정기호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속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국민이 느끼는 가치가 연간 7175억원(가구당 4만5136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총가치의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4세대 가속기로 펨토초 세상 연다

사업비 지연으로 주춤했던 4세대 가속기 건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세대 가속기 총사업비 4260억원 중 올해까지 1500억원이 집행된다.

당초 사업기간보다 1년 정도 늦어지고는 있지만 나머지 2700억여원이 차질 없이 지원된다면 오는 2015년 말이면 가동에 들어간다. 3세대 가속기 인근에 건설 중인 4세대 가속기 공사 진척률은 50% 수준이다.

4세대 가속기는 3세대와 달리 선형 방식이다. 3세대 방사광이 태양빛의 1억배라면 4세대는 3세대 방사광의 100억배에 달한다. 특히 4세대 방사광원(엑스레이자유전자레이저)은 밝기뿐만 아니라 3세대보다 1000배 더 짧은 시간대인 펨토초 영역의 광 펄스폭을 갖고 있어 원자 및 기초물리학, 재료과학, 펨토 화학, 구조생물학 등 순수 기초 및 응용과학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세대 가속기가 관찰할 수 없었던 세포의 실시간 관측, 비결정 상태 단백질 구조 및 반응과정 실시간 분석, 초거대 분자분석, 초고속 화학반응 과정 구명 등이 가능하다.

3세대는 결정 상태 단백질만 분석할 수 있었지만 4세대는 단백질 기작을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해 생명과학 분야 및 신약 개발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전 세계 신약시장 규모를 1000조원으로 봤을 때 4세대 가속기의 이용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다.

가속기연구소는 우선 4세대 가속기 건설 초기 3기의 빔라인을 구성해 고품질 연구가 필요한 과학자를 중심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포항방사광가속기는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88년 4월 착공, 1994년 12월에 준공됐다. 당시 사업비는 1500억원이다. 준공 이듬해 빔라인 2기로 가동을 시작해 현재 총 32기의 빔라인을 갖췄다.

최첨단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로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선형가속기와 가속된 전자를 초진공 통로에 저장시키는 저장링, 방출된 방사광을 이용해 각종 실험을 실시하게 되는 여러 종류의 빔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성능 업그레이드 사업이 시작되면서 2010년 12월 기존 장치(PLS)를 해체하고 2011년 한 해 동안 성능 업그레이드 사업으로 `PLS-Ⅱ` 설비를 완성했다. PLS-Ⅱ 사업에는 총 사업비 1000억원이 들었다. 2012년 3월 PLS-Ⅱ 이용자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도가 센 방사광은 적외선에서 엑스레이 영역에 이르는 넓은 파장 대역 빛이다. 이 빛의 주요 활용영역은 신물질의 합금, 고효율 태양전지 재료연구, 마이크로 의학용 로봇, 신약개발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