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년은 대나무가 땅속에서 죽순을 틔우기 위해 내공을 쌓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4년을 땅속에서 견디면서 내공을 쌓은 대나무는 죽순을 틔우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길게는 일 년에 12m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땅속에서 높이 성장할 수 있는 내공을 닦은 덕분이다. 어둠 속의 고독과 함께 안으로 파고들어가고, 아래로 깊이 내려가는 연습을 많이 한 학생일수록 졸업 후에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전공을 드러낼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과목일수록 수강하면서 탄탄한 전문성을 축적하는 것은 기본이다. 남다른 전문가적 식견과 안목을 지니기 위해서 또한 부지런히 문사철(文史哲)을 비롯한 폭넓은 교양을 쌓아나간다. 얄팍한 취업 관련 자격증보다 방대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남의 지식을 자신의 지식으로 소화시키는 연습을 부단히 전개한다.
대학 4년 동안 전공서적 이외에 매주 한 권씩 읽으면 4년 동안 200권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다. 200권의 책이 중요하기보다 200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반성하고 어떻게 나의 지식으로 체화시킬 것인지를 고뇌하는 시간을 얼마나 치열하게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읽은 책이 바로 나다. 책은 눈먼 시대에 눈을 밝히는 시대의 등불이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거울이다.
책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지 않으면 자만에 사로잡히며, 오만해지고 거만해진다.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책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겸손하게 만드는 각성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사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뉘우침을 던져준다. 책을 읽지 않으니 지금까지의 경험이 마치 최선의 경험인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것이며, 남다른 시각과 안목으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읽어야 책임(責任)질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책(冊)을 읽지 않으면 책(責) 잡힌다. 책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비책이 숨어 있고, 문제 상황이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대책(對策)도 들어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