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방송용`으로 한정한 700㎒ 대역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부분 롱텀에벌루션(LTE)용 주파수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700㎒ 주파수가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7일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화된 주파수 분할 LTE(FD-LTE) 네트워크 중 700㎒ 대역을 적용한 것은 총 20개로 1.8㎓ 대역(69개)과 2.6㎓ 대역(49개)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A는 700㎒ 대역이 글로벌 LTE 대역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과 멕시코·에콰도르·콜롬비아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700㎒ 대역을 신규 LTE 주파수로 채택했다. 이른바 `APT(태평양전기통신협의체) 밴드 플랜`에 따라 700㎒가 LTE용으로 변모 중이다.
보고서는 “아·태,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이 단말기 수급을 위한 규모의 경제 형성이나 로밍, 모바일 브로드밴드 확대 등을 위한 글로벌 LTE 주파수를 공조해 나가는 데 700㎒ 대역을 핵심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700㎒ 주파수의 통신용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 평가가 이뤄진 상황이다. 지난 1월 미국 통신사 AT&T는 경쟁사 버라이즌으로부터 700㎒ 대역을 19억달러(약 2조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T&T는 미국 내 3억명을 커버하는 LTE 주파수로 이 대역을 사용할 계획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주파수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항후 700㎒ 주파수는 통신업계의 새로운 황금주파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698~806㎒ 대역 중 40㎒ 폭만 이동통신용으로 지정했을 뿐, 나머지 68㎒ 폭은 방송·통신용 구분을 놓고 결정을 미룬 상태다. 그러던 중 국가 주파수 거버넌스가 여야 정쟁의 제물이 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용 주파수를,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용 주파수 관리를 따로 맡게 됐다. 사실상 나머지 700㎒ 대역은 방송용으로 묶여버린 셈이 됐다.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생긴 유휴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AT&T가 버라이즌에서 매입한 700㎒ 대역 역시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유휴대역이 통신용으로 할당된 것이다. 거버넌스가 나뉜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유연성 있는 용도 전환이 어려워져 국제 표준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남 충북대 전파공학과 교수는 “지금 거버넌스 구조로는 방송·통신 업계가 서로 주파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국제 주파수 환경에 발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FD-LTE 상용화 네트워크 주파수 적용 현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