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加 정부, 중국산 IT장비 `견제책` 마련…화웨이·레노버에 타격?

미국 정부가 화웨이·레노버·ZTE 등 중국산 IT장비 도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미국이 정부·언론·금융가를 잇달아 타격한 사이버 공격 배후를 중국으로 지목한 데 이은 것이다.

28일 로이터·AP·블룸버그 등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서명한 2013 회계연도 예산안에 `법무부·상무부·나사(NASA)·전미과학재단(NSF) 등이 중국 IT장비를 구매할 때에 미국연방수사국(FBI) 등 연방법 집행기관의 공식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조항에 따르면 승인은 장비의 사이버 보안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이뤄지며 중국 정부가 소유·관리·지원하는 기업체에서 생산·조립된 정보시스템이 평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평가는 FBI 혹은 정부가 인정한 기관이 한다.

이 결정은 미국 유명 로펌인 스텝토앤드존슨의 스튜어트 베이커 변호사가 블로그에 올리면서 공개됐다. 베이커는 블로그에 “레노버 등 중국 기업을 매우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정부에 장비를 납품하는 미국 IT기업은 놀랄 만한 소식”이라고 적었다. 이 법안에 관여한 한 의원 보좌관은 “이 조항의 목적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주요 언론·공공·민간의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한 데 이은 정부의 조치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보안전문기관 맨디언트는 잇따른 사이버 공격 근원지로 중국군 사이버부대를 지적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AP는 “새 법이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지, 상징적인 조치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더버지는 “새 조항은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사는 것을 막지는 않았지만 구매를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예산안은 오는 9월 30일 끝나는 2013년 회계연도까지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앞서 미국 하원은 지난해 10월 화웨이·ZTE가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양국 간 논란을 촉발했다. 미국은 지난 한 해에만 1290억달러(약 143조6673억원)에 이르는 첨단 IT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캐나다 정부도 유사한 제재를 준비 중이다. 블룸버그는 캐나다 정부가 화웨이 등 해외 무선 공급업체들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자국의 대형 모바일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지를 산업계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캐나다 통신업체 텔러스와 BCE는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중단했다.

레이 브와베르 전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 부국장은 “제3의 기관이 해당 IT장비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검증하게 하고 무작위로 감사하는 방안 등 규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앙 파라디스 산업부 장관은 “해외 무선 장비 기업들의 보안 우려가 있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관련 규정은 인터넷 안전을 핑계로 중국 기업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중·미 간 상호 신뢰는 물론이고 경제무역 관계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