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개소프트웨어, 조연에서 주연으로

[기고]공개소프트웨어, 조연에서 주연으로

공개소프트웨어(SW) 기업 지원을 SW산업 육성의 키워드로 천명한 박근혜정부에 기대를 건다. 공개SW 육성을 천명한 첫 정부니 더욱 그렇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포함한 전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SW 역량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계속 있어 왔다. 이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산업모델로 성숙한 우리가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기업과 대등한 경쟁자로 발전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다.

SW를 활용해 변신하지 않으면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도 요원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2만달러 수성도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시장선도기업의 존재가 필연적이다. 이를 위해 상품·서비스·디자인 창출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스스로 만들 역량을 갖춰야 한다. SW가 중요한 것도 이러한 핵심역량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시장 선점기업은 지식재산권 장벽,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이를 혁파할 SW산업 모델이 절실하다. 공개SW가 그 첨병이 될 것이다. 공개SW는 기존 지배적 기술에 대한 대체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요즘 회자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로 독점기업 그늘을 벗어날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집단지성의 힘으로 강소기업 배출의 산실이 되고 창의적 인재와 일자리 창출의 요람이 된다. 이 점에서 새 정부가 지향하는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 방향과도 맞아떨어지는 정책적 대안이기도 하다.

공개SW는 주인 없이 노출된 소스코드라는 선입견이 주는 불안감 때문에 그간 외면당했다. 하지만 많은 장점을 지녔다. 우선 저렴한 투자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보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적 경기침체 장기화 추세 속에 기업은 비용 절감과 경쟁력 제고라는 상반된 과제에 직면했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비용과 경쟁력 사이에서 늘 경영진을 고민하게 한다. 이럴 때 공개SW는 정보화 투자를 합리화하면서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마법 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융·복합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키워드로 SW가 주목받고 있다. SW 경쟁력 핵심은 우수 인재 확보에 있다. SW인력 수급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급기술자 공급 과잉과 중·고급 기술자 공급 부족으로 인한 미스매치다. 상당한 실무경험을 요하는 중급 기술자를 단기에 얻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척박한 SW생태계는 우수 인재를 축출하고 설상가상으로 기업은 경력자 채용에 급급할 뿐 인재양성 투자를 등한시하고 있다. 수준급 기술을 함유한 소스코드 접근성은 교육훈련 용이성, 대학교와 연계 가능성을 높여 SW 인력난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성숙도 높은 소스코드는 영세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우수 공개SW를 활용한 서비스 라인업 구축으로 신속한 시장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태동하는 국내 공개SW시장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을 갖춘 큐브리드, 유엔진, 레드블럭 등의 중소기업도 배출했다. 이에 자극받은 한글과컴퓨터도 공개SW사업 재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렇듯 공개SW는 글로벌 기업에 기가 눌린 기존 SW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기회가 된다.

글로벌 기업이 공개SW에 대한 견제에서 수용으로 전환하고 있고, 구글, 페이스북 등 신생IT기업의 성장에도 공개SW의 기여가 크며, 임베디드SW에도 공개SW 활용도는 매우 높다. 최근엔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그 영향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공개SW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기여, 활용을 통한 기술선점으로 컴퓨팅, 웹, 모바일, 융합분야 등 다양한 IT인프라 위에서 경쟁국의 선도 기업을 뛰어넘는 것이다.

고현진 한국공개SW활성화포럼 의장(LG유플러스 부사장) hjko@lgu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