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는 흔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 등이 대규모로 모여 있다 보니 소비하는 전력량이 상당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전국에 100여곳에 이르고 이들의 전력 사용량은 연간 20억㎾h에 이른다. 이는 대전광역시 인구보다 많은 18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며 국내 전력 사용량의 약 2%, 산업용 전력 사용량의 7~8%를 차지하는 수치다.

◇데이터센터의 고민을 기회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데이터 폭증 등으로 매년 45%씩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는 정부와 기업의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전력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그린데이터센터인증제가 시행되는 등 데이터센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이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및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사업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력 절감이라는 요구를 바탕으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HP는 데이터센터 컨설팅 사업에 새로 진출했다. `3R 프로그램`이란 이름의 이 사업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반 설비와 IT 인프라 전반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제공한다.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어떻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지 알려주는 게 주된 골자다. 예를 들어 무정전전원장치(UPS)·항온항습기·공조효율 등 기반 설비를 개선하고 서버·스토리지 등 IT 장비들을 재배치하거나 노후 장비의 교체나 대체를 권고하는 식이다.
유석근 한국HP 이사는 “전력 수급 문제로 산업용 전기료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에너지 절약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돼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용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전문가들로 별도 컨설팅 조직을 꾸렸다. 이들을 통한 진단으로 기존보다 22~49%의 비용 절감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LG엔시스는 데이터센터 내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UPS는 순간 정전 등이 발생했을 때 비상 전원을 공급, 예상치 못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비다. 인공호흡기와 같아 데이터센터 내 UPS는 필수다.
하지만 UPS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전력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가 크다. LG엔시스는 여기서 기회를 봤다. 기존 UPS로 쓰이던 납축전지를 리튬전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리튬전지는 단기간 방전효율이 뛰어나 납축전지보다 작은 용량으로 같은 부하를 감당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장치 용량이 500kVA일 때 납축전지는 1000Ah가 필요한 반면, 리튬전지는 675Ah면 돼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덜 소모된다. 또 자가 방전률이 납축전지보다 낮아 충전 전력도 덜 소모한다. 아울러 전산실 전체 전력 소비 절약 측면에서는 납축전지 대비 주변온도에 대해 덜 민감하고, 전산실을 차지하는 단위 면적이 50%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냉방 전력을 덜 필요로 하는 장점이 있다.
LG엔시스 측은 “데이터센터, 전산실 등에는 대부분 납축전지를 사용 중에 있어 리튬전지가 후발주자”라며 “하지만 장점이 분명해 리튬전지를 이용한 UPS가 올해 전체 시장 중 5~10%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엔시스는 이 사업을 위해 LG화학과 협력하고 있다.
인텔도 데이터센터 효율화에 발을 내밀었다. 인텔은 지난해 8월 KT와 손잡고 천안에 국내 최초로 HTA(High Temperature Ambient) 센터를 구축해 테스트 중이다.
이는 고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냉방에 들어가는 전력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냉각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출발했다.
서버실 온도를 1도만 높여도 냉방 에너지를 7%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데이터센터 적정온도를 22도에서 30도로 끌어 올리면 에너지를 59%나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간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8억5000만원에 이르는 효과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도 3800톤을 줄일 수 있다.
KT는 이 기술을 KT 실제 데이터센터에 순차적으로 도입, 적용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KT 자체 데이터센터에만 적용해도 연간 8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국내 IDC전체로 확대하면 연간 448억원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인텔이 여기에 관심을 쏟는 건, 미래 데이터센터 표준 선점이다.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데이터센터 내 시스템들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미래
데이터양의 급증은 데이터센터 규모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규모는 매년 26% 증가했다. 이에 관련 시장 규모도 지난 2006년부터 연간 약 17% 성장을 거듭하며 약 1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 자명하다.
이는 마냥 달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문제인 데다, 에너지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현재 국가적인 전력 수급 불안이 상시화하면서 전기료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주체에는 심각한 경영 압박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수도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제공되면 혜택도 없어지면서 압박 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아닌 인터넷이 운영되는 기반으로서 데이터센터가 멈추게 되면 국가의 신경망이 멈추는 중대한 사항”이라며 “그 여파는 인터넷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절감 문제는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시장에 던진 셈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파이크 리서치는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 증가 △에너지 비용 상승 △환경 문제 등으로 그린 데이터센터가 앞으로도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파이크 리서치는 그린 데이터센터 시장이 세계적으로 2012년 171억달러에서 연평균 28% 성장해 2016년에는 454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