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버섯 VAN 리베이트 근절해야

최근 한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대형 유통계열사를 거느린 A사가 강남 노른자 땅에 수백억원대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매입비 중 상당 금액을 카드결제대행(VAN)사의 리베이트 비용으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정보”라며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지 않으면, 카드 시장의 병폐는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을 놓고 오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바로 VAN 시장이다. 이들 VAN사와 대형 가맹점 간 리베이트 관행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

VAN사는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에게 마케팅비, 교육비 등 터무니없는 명목으로 뒷돈을 대준다. 결제건 수당 수수료를 받는 산정 체계이기 때문에, 많은 리베이트를 퍼주어도 이득이 남기 때문이다.

대형 가맹점은 이들 VAN사에게 받은 리베이트 비용을 거래 장부 조작 등으로 순수 영업외 이익 등으로 잡는다. 한 VAN 업계 관계자는 “통상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의 60% 이상을 대형 가맹점에게 리베이트로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액수가 구체적으로 어느 규모인지, 어떤 방식으로 전해지는지 회계 장부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금융 당국 또한 리베이트 뇌관을 건드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VAN 수수료 체계 용역을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맡겼다. 결제 수수료 형태를 이번 참에 바꾸자는 취지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과 카드사, 그리고 일반 카드 사용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버섯처럼 만연한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법 기관이 나서야 할때다. 이 리베이트 관행을 깨지 않으면, 신용카드 시장의 개혁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음성적으로 오가는 이 검은 돈을 카드 시장 인프라 확충과 IC카드 전환 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