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아랍의 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친서방 중동 국가에서 잇따라 인터넷 규제가 강화됐다. 지난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이란, 이집트 등 독재 중동 국가에서 일어났던 인터넷 규제가 비교적 혁명 규모가 작았고 친서방을 표방했던 국가까지 확산되면서 전체 중동권이 `강력한 이슬람`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인다.
1일 AP와 CNN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민이 현 체제에 반하는 글을 주고받는지를 감시할 수 있도록 자국 3대 통신사가 관련 기술 적용에 협조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불응하면 스카이프, 바이버, 왓츠앱 등 인기 있는 인터넷 메시징 응용 프로그램을 서비스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절대 군주제를 따르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체제에 대한 불만 표출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크고 작은 집회들이 열리고 있다. 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의 젊은 계층으로 채워지고 인터넷 사용이 확대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특히 인권 운동가들이 주로 왓츠앱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은 이번 조치의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파워블로거는 “매우 피곤하며 시간낭비에 가까운 일이다”며 “사실 왜 이러한 제재가 일어나는지 짐작할만 하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에서는 국가 통치자를 모욕하는 내용을 올린 트위터 사용자가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나라에서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 때문에 수십명이 투옥되거나 체포됐다. 쿠웨이트는 페르시아만 인접 국가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존 공무원들이 자국민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선을 긋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최근 종교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아랍혁명 2주년 평가` 세미나에서 전호진 캄보디아장로교신학대 총장은 “독재자를 무너뜨린 서구나 아시아의 혁명이 서서히 민주화로 발전한 도식이 아랍권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