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49%가 배임 처벌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느꼈다.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처벌이 준법경영을 제고하는 긍정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조사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최근 국내 기업 292개사를 대상으로 `배임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배임처벌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49.0%)고 답했다. `준법경영에 도움이 된다`(42.8%)는 응답보다 많았다.
실제 국내기업 10개 중 1개는 배임죄 처벌을 피하려다 경영 차질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임죄 처벌로 경영 차질을 겪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9.6%가 `있다`고 답했다. 차질 유형은 의사결정 지연(60.7%), 보수경영으로 기업성과 악영향(46.4%), 투자 위축(39.3%), 신규 사업 진출 실패(10.7%) 등이다.
현행 배임 처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용 및 처벌기준 불명확(83.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애매모호한 배임죄 여부 판단을 위해 대다수 기업이 사업추진 시 법률검토를 거치고 있었다. 앞으로 배임처벌제도 개선과제에 대해서는 적용 기준의 구체화·명확화(73.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경영판단 존중원칙 확립(20.2%), 적용기준 완화(3.1%), 배임죄 폐지(2.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미국 판례와 독일 주식법 등에는 경영진의 선의의 경영판단에 대해 사후적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 존중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며 “우리나라도 일부 판례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법률과 판례상의 확고한 원칙으로 배임제 규정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히 해 남용여지를 줄이는 한편 준법지원인, 사내 법무부서 등을 통해 배임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친 의사결정사항은 배임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