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독 오픈 이노베이션과 창조 경제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는 독일 함부르크와 뮌헨에서 각각 부품소재 산업 투자유치 로드쇼를 개최했다. 독일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특히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독일 부품소재 히든 챔피언(강소기업)들이 주목 대상이다. 비슷한 시점 서울에서는 산업부 독일 지멘스와 발전 엔지니어링 산업 국내 투자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요즘 한국과 독일의 산업 협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올랐다. 수교 130주년, 파독 50주년이라는 역사적·상징적 시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확히 반세기전인 1963년 우리나라가 광부와 간호사를 독일에 파견하면서 각별한 동맹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는 산업화를 위해 해외 차관 도입에 목말랐던 우리와 광부·간호사 인력난에 허덕이던 독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비록 양국이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로선 원조 경제 협력의 성격이 컸다.

파독 50주년을 맞은 지금은 격세지감이다. 서로 달라진 위상만큼 양국의 협력이 새삼 다른 차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국이 독일과 닮은꼴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분단과 전쟁의 역사에서 한강의 기적과 라인강의 기적,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 이르기까지 성장 궤적이 비슷하다. 가깝게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와 유럽발 재정난으로 불거진 금융 위기 여파를 어떤 국가들보다 강한 내성으로 돌파한 것도 공통점이다.

독일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고민하면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창조 경제 화두를 떠올려 본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나홀로 독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장 현실은 살아남는 것도 장담하기 어렵게 한다. 더욱이 지금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기에는 특정 기업, 특정 국가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스로 부족한 연구개발 역량에서 벗어나 외부 자원을 활용해 혁신하는 일이다. 창조 경제란 미래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이다.

현재 선진 각국은 영속 가능한 성장과 착한 경제 구조를 위해 첨단 제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 강국 가운데 한국과 독일은 어쩌면 서로에게 가장 절묘한 파트너다.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중국(G2), 수출 시장에서 경쟁 수위를 높이는 일본과 비교해서다. 이들 선진국과 정치·외교적 길항 관계를 고려해도 그렇다. 독일은 기초 제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계·자동차·화학·소재·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응용·제조 기술력을 앞세워 전자 산업 맹주의 자리를 굳혔다.

50년전 파독으로 맺어진 양국의 인연이 이제 새로운 50년 창조 경제를 준비하며 지평을 넓힐 때다. 한·독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해답의 단초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