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터넷 1세대로 꼽히는 허진호 크레이지피쉬 대표가 모바일게임 자체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2011년 하반기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한지 1년여 만에 자체 개발력까지 갖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진호 대표는 “소셜 게임 퍼블리싱 전문 업체로 출발했으나 자체 개발력이 없으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독자 개발체제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허 대표는 올해 초 모바일게임 프로듀서 등 개발 인력을 충원하고 외부의 독립 개발팀과 협업하는 체계까지 갖췄다.
허 대표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고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내년에는 자체 개발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시장은 1위 기업이 시장의 60∼70%를 차지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최소 5∼10개 기업이 상위 사업자가 될 수 있어 기회가 많다”며 “2014년 모바일게임 시장 상위 5위권을 목표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덧붙였다.
크레이지피쉬는 올해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와 캐주얼 장르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20종 이상 신작을 서비스할 예정이었으나 10개 남짓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미들코어 장르 게임에 집중하기 위해 당초 예정했던 캐주얼 게임 비중을 줄였다.
해외 시장에서 퍼블리셔 입지도 확대한다. 허 대표가 주목하는 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다. 허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중국을 방문해 현지 개발사를 발굴하고 협력을 논의한다. 러시아는 모바일게임 시장 태동기여서 선점 효과를 노린다.
그는 “중국 개발사들과 좋은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중국어를 배운지 8개월이 됐다”며 “지금은 간단한 생활 표현 정도 할 수 있지만 직접 중국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우는게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허 대표는 지난 1994년 인터넷망서비스기업(ISP) 아이네트를 창업해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연 1세대 개발자다. 2003년부터 8년간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을 맡으며 국내 IT 벤처업계를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네오위즈인터넷 대표에서 물러난 뒤 2010년 페이스북 등 PC 온라인 소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크레이지피쉬를 창업해 소셜 게임 1세대 사업가로 변신을 꾀했다. 2011년 하반기에는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진출했다.
내년은 허 대표가 창업했던 아이네트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다. 동시에 크레이지피쉬가 모바일게임 독자 개발사 및 퍼블리셔로서 시장 상위권 안착을 목표로 잡은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